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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택의 사랑방 이야기
작성자 Hongtchung
작성일 2014-02-26 10:46
ㆍ추천: 0  ㆍ조회: 5506      
혁대없이 산 하루


토요일 밤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주일 예배시간에 자명종 시계 맞추는

일을 잊고 잠자리에 들었다. 주일 아침에 아내는 성가대 연습을 하러

일찍 나갔고 나는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선잠에 눈 부비며 시계를

보니 아차 예배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와이샤쓰 넥타이 양복 양말을

허둥지둥 몸에 걸치고 교회로 달려갔다. 예배실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나는 깜짝 놀랐다.
-, 혁대를 안 매고 왔네.
아까부터 바지 밑이 구두 뒤축에 자꾸 밟힌다 했더니 혁대를 안 매고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예배실 문 앞에 당도하니 예배위원들이 죽 늘어 서서 순서지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며 허리 깊이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마치 천국에서 천사들이 내려온 모습이다. 저 천사

비슷한 사람들에게 가서 이렇게 부탁해 보면 어떨까?

, 혁대 좀 빌려주시겠어요? 예배 끝나고 나올 때 드릴께요.

이 부탁을 받고 주저하지 않고 , 여기 있습니다.하며 자기 혁대를

냉큼 뽑아줄 사람이 있을까?


그 반대로, ? 그럼 전 어떠커구요?하고 나온다면 부탁한 나나

부탁받은 그 사람이나 서로 얼굴을 붉히며 둘이 같이 시험에 들 것이

뻔했다. 예수님은 시험에 들지 말게 해 달라고 기도 하셨고 또 남을

시험에 들게 하는 자는 연자맷돌을 목에 걸고 바다에 던지겠노라고

하셨는데 이런 일로 내가 혁대를 목에 걸고 물에 빠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 어떡한다?
혁대 안 매고 예배 드린다는 것이 영 마음이 걸렸다. 구약성경에 보면

제사장의 옷 짓는 법, 입는 법까지 세세히 지시하신 분이 하나님이신데

혁대 없이 예배보는 나를 보시면 눈살을 찌푸리실 것 같아 불안했다.

도무지 묘안이 떠 오르지 않는다.


그렇지. 어려운 일 당하면 기도하라고 했지.
나는 깜짝 순간기도를 십 분의 일 초 만에 끝냈다.
하나님, 저 그냥 들어갈래요. 오늘만 눈감아 주세요. ? 아멘.
나는 웃옷 단추 세 개를 꼭꼭 잠그고 천연스런 얼굴로 주보를 받고

예배당에 들어 갔다.


예배가 끝나고 친교 실에 내려오니 일은 더 어려워져 갔다.

배가 더 홀쭉해져서 바지가 사정없이 내려 온다. 심 호흡을 크게해서

복어배로 만들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간,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슬금슬금 배는 들어가고 바지는 내려온다. 바지주머니에 한  손을 집어

넣어 내려가지 않도록 꼭 붙잡았다.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지만

신경은 계속 바지에 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 앞에 바지가 훌러덩

흘러내리는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후유.



집에 와서 옷문을 여니 나란히 걸려있는 혁대들의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색갈도 가지가지, 장식도 가지가지, 길이도 가지가지,
넓이도 가지가지, 촉감도 가지가지......

이것 저것 만져보다가 문득 예수님의 이 생각났다. 어깨에서 발까지
오는 천 하나로 만들어진 통짜 옷을 입고 다니시던 예수님.

그런데 언제 누가 그랬을까? 이런 통짜백이 옷을 반으로 싹둑 잘라 상의
하의로 나눈 그 사람. 생각컨대 매우 용감하고 창조적인 사람임에 틀림
없다. 그 때 혁대도 같이 고안해 냈겠지.  허리 양 쪽 옆으로 삐쭉 나온
골반뼈에 혁대를 걸리게 해서 바지의 흘러내림을 방지한 그 착상이
얼마나 참신한가.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굴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백과 사전을 뒤져도 인터넷 구글에 찾아 보아도 헛 수고였다. 다음 날

시내 도서관을 찾아갔다. 안내에 가서 어색한 얼굴로 양복을 열어 내

혁대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 벨트(belt)의 역사를 알고 싶은데요.
도서관 안내는 세상에 별 할일 없는 놈도 다 있네 하듯 나를 힐끗 쳐다

보고 나서 저 쪽의 다른 사서에게 가서 쑥덕쑥덕 가끔 나를 가리키기도

하며 의논을 한다. 그리고는  나를 <패션 (Fashion)>에 관한 도서가

있는 곳으로 인도하고는 휭하니 가 버렸다.

혼자 이 책 저 책 훑어보았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넥타이, 구두, 모자,

목걸이, 부라쟈등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변화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그림으로 역사적으로 잘 설명되어 있는데 벨트(belt)에 대해서는 항목

조차 없었다.


, 불쌍한 벨트여.

너는 사람 몸의 딱 중간에 수문장처럼 서서 배꼽을 보호하고 바지를

받쳐주어 남자의 심볼을 신비스럽게 감추어 주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너를 너무나 무시하고 있구나. 넥타이처럼 알록달록 팔랑팔랑 앞에

나서서 자기과시를 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홀대를 할 수가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창세기 아담과 이브의 생각이 났다.
선악과를 따 먹고 나서 눈이 밝아져 자기들의 몸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창세기 3 7)
아담과 이브가 치마를 만들 때 흘러내리지 않게 하려면 혁대를 만들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그렇다면 혁대는 인류 최초 조상이 만든 것이

아닐까?


여기서 나는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혁대가 바지를 붙들어 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몸 중간에 골반뼈가 양 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기 때문

이다. 하나님께서 골반뼈를 만드실 때 혁대를 받쳐 주는 일도 생각하셨

을까?  물론 생각하셨겠지. 웃음띤 얼굴로 골반뼈를 향하여 바지를 잘

받쳐주거라 하셨겠지.

골반뼈를 만들어 주신 창조주 하나님, 그리고 골반뼈에 맞추어 옷에

장식혁대를 만들어 붙여 패션(Fashon)의상의 역사를 개막한 이름없는

그 분,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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