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커피숍, ‘우아한’ 갤러리, ‘고풍스런’ 한옥이 가득한 북촌. 그리고 그 뒷골목 낮은 지붕 아래, 북촌의 ‘진짜’ 원주민들이 산다. 우리는 3일 동안 서울 북촌, 그들의 고향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다큐 3일이 그리는 ‘북촌 지도’
경
복궁과 창덕궁 사이, 삼청동과 가회동, 계동, 재동을 포함해 11개의 동이 모인 종로의 윗동네 북촌. 화려한 삼청동 거리와
다닥다닥 붙은 한옥들 사이에서 안내지도에 없는 보물들을 발견했다. 옛 풍경 간직한 계동길의 40년 지기 중앙탕. 웃통 벗은 때밀이
아저씨가 활짝 열린 창문으로 이웃에게 말을 건넨다. 30년 넘게 삼청동 언덕을 지켜온 높은 굴뚝의 목욕탕에선 왕년 총리들
머리모양을 책임졌던 이발사의 실력도 볼 수 있다.
꿈꾸는 자들의 양지
지
금의 ‘북촌’을 유명하게 만든 건 꿈 하나 들고 이곳을 찾은 예술가들이다. 많은 이가 떠나고 또 들어왔지만 북촌엔 여전히 배고픔을
견디며 꿈꾸고 있는 사람이 많다. 45세에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악세서리 공방을 차린 사장님. 밤새 손뜨개인형을 만들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20대 아가씨. 모두 어떤 보장이나 큰 돈 없이 덜컥 일부터 저지르고 북촌에 들어왔다. 그들은 지금 이곳에서
어떤 꿈을 이어가고 있을까.
사라져가는 서울의 고향
삼
청동을 비롯한 북촌의 인기가 높아지며 덩달아 오른 것은 임대료. 오래지 않아 비싼 집세를 감당 못한 작은 공방과 상점들이
떠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엔 3층짜리 커피숍과 화려한 쇼윈도의 가게가 들어섰다. 이제 삼청동은 주말이면 관광지에 온 듯 ‘거리
구경’에 나선 사람들로 북적댄다. 동네 쌀집에선 얼마 전부터 이런 ‘관광객’들을 상대로 호떡과 식혜를 팔고 있다. 반면
한옥열풍으로 집값이 치솟은 한옥보존지구 ‘가회동’ 길에선 사람 구경이 힘들다. 한옥이 가득한 골목엔 집은 사놓고 사람은 살지 않는
빈집이 많아졌다. 시골 같던 동네에 얼마 남지 않은 원주민인 할머니. 옆집도, 그 옆, 옆집도 떠나버린 골목. 홀로 남은 그녀는
외롭기만 하다.
북
촌에서의 3일 간, 우리는 여러 번의 이사를 목격했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꿈이 담긴 짐이 들어왔고, 임대료 등쌀에 쫓겨난 무거운
짐이 떠나갔다. ‘서울의 고향’이라 불리는 ‘북촌’. 이곳 사람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사를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