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5월 15일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지도상에 나타났다. UN의 투표 결과에 의해 탄생한 이스라엘의 건국 기념일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Al Nakba (the catestorphe), 재난이라고 기억한다. 그러나 집과 농지를 잃고 자신들의 고향에서 이방인 생활을 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은 1948년 이전 부터 시작되었다. 
 

▲ 1946년부터 2000년까지 팔레스타인 땅의 축소과정

지난 2000년 동안 서구 기독교가 저지른 죄악 중의 하나가 anti-semitism, 반유대주의다. 4세기 말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예수는 더 이상 로마 제국의 사형수가 아니라, 유대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순교자, 세상의 죄를 대속한 구원자가 되었다. 예수의 정치적, 역사적 모습은 사라지고 종교적, 영적 모습만이 남게 된 것이다. 기원 후70년을 전후 하여 로마제국에 의해 예루살렘이 파괴된 후, 유대인들은 아프리카, 중동, 유럽 전역으로 흩어졌고, 기독교화된 유럽에서의 박해는 유대인들에게는 일상이 되었다. 19세기 초부터 전 유럽을 휩쓴 민족주의에 기초한 국가주의는 유대인들의 생존을 더욱더 위협하였다. 제도화된 차별과 불평등, 편견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유대인들 사이에 강력한 ‘유대 국가 (Jewish state)’가 필요하다는 시온주의 (Zionism)가 싹튼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온주의는 처음 종교와 상관없는 정치적 운동이였다. 19세기 초, 박해를 피하기 위하여 유대인들이 한 선택은, 기독교로 개종하거나, 유대교를 신봉하더라도 유럽의 언어와 문화를 따르거나, 미국 또는 상대적으로 박해와 편견이 적은 팔레스타인으로 이민을 가는 것이었다. 시온주의자들은 유대인들이 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는 팔레스타인을 이상적인 국가 후보지로 보았다. 19세기 중후반 들어 유대교 근본주의자들이 시온주의 운동에 합세하면서, 팔레스타인을 새로운 유대 국가로 만들려는 정치 운동에 종교 이데올로기가 더해졌다. 종교 이데올로기로서 시온주의는 하느님이 약속의 땅 가나안을 유대인들의 조상인 아브라함에게 주었고, 유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인 다윗이 하느님과의 약속에 의해 강력한 유대 국가를 건설하였음을 근간으로 한다. 
            

시온주의자들은 대대적인 모금 운동에 들어가 팔레스타인 지역의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던 오토만 제국 (오토만 제국은 1517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이 지역을 지배했다)은 재정난과 이 지역에 대한 무관심으로  시온주의자들이 땅을 사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온주의자들이 소유한 땅에서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을 쫓아 내고, 팔레스타인 민중의 항의와 저항이 계속되자 오토만 제국은 이들이 땅을 사는 것을 막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토만 제국이 패하자, 팔레스타인은 영국의 지배에 넘어 가게 된다. 처칠을 비롯하여 영국의 정치인들은 시온주의에 우호적이였다. 팔레스탄의 영국 관리들은 오토만 제국 치하에서 끊임없이 독립을 원했던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보다는, 영어에 능통한 영국 등 유럽에서 이주해 온 시온주의자들과 일을 하였다. 식민 정부의 요직을 차지한 시온주의자들은 법개정을 통하여 팔레스타인 지역 땅을 거침없이 사들이기 시작했고, 군대를 양성하기에 이르렀다. 팔레스타인들의 민중 봉기와 주권회복을 위한 노력들은 영국과 시온주의자들에 의해 철저히 억압 되었다. 
            

20세기 초 유럽 국가들은 자국에서 일고 있는 반유대주의를 해결한 의지도 힘도 없었다. 유대인들을 원치 않는 유럽의 문제를 팔레스타인에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정점을 찍은 반유대주의에 도덕적 책임을 느낀 영국은 1947년 팔레스타인 문제를 UN에 상정했다. 2차 대전 후 영국은 실제로 팔레스타인을 통치할 힘을 상실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UN에서는 1947년 갈릴리 지역과 네게브 사막지역, 텔 아비브, 자파를 포함한 해안 지역을 유대 국가로 인정하는 ‘분리 정책안 (partition law)’을 내 놓았다. 임의적으로 그려진 국경선을 대다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반대했고, 시온주의자들은 찬성했다. 1948년 UN 회원국 51%의 지지를 얻은 시온주의자들은 78%의 팔레스타인을 통치하는 유대 국가 이스라엘의 건립을 알렸다. 이스라엘 통치 지역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마을들은 이스라엘 군에 의해 파괴 되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소유한 땅은 이스라엘 정부에 복속되었다. 특히 이스라엘 국가가 건립된 1947—1949년 사이에 팔레스타인에 거주하지 않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재산의 소유권도, 시민권도 잃게 되었다. 하루 아침에 집과 농지, 마을을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나사렛, 웨스트 뱅크, 가자 지구 뿐만 아니라, 시리아, 레바논, 이집트 등의 주변국으로 쫓겨나 난민 생활을 시작하였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그들의 후손들이 난민촌에 살고 있다. 
             

이스라엘이 탄생했을 때, 예루살렘은 동서로 분리되었다. 서쪽 지역은 유대국가인 이스라엘, 동쪽 지역은 요르단이 지배하는 웨스트 뱅크. 그 중간에 위치한 사방이 성벽으로 둘러싸인 예루살렘 옛도시 (Old City of Jerusalem)는 중립지역. 예루살렘 동서를 가로지르는 ‘무인 도로 (No Man’s Road)’ 는 이스라엘과 요르단 군이 대치한 군사지역이였다. 무인 도로 주변에 위치한 노트르담 성당, 성 조지 성당과 같은 교회들은 이스라엘 군사 기지로도 사용되었다. 1967년 ‘6일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웨스트 뱅크, 가자 지역과 함께 물자원이 풍부한 시리아의 골란 언덕까지 차지하게 된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고 알려진 시나이 사막도 이스라엘이 빼앗았으나 1979년 이집트와 평화 협정을 맺으면서, 이 지역은 이집트에 반환했다.)  이 6일 전쟁을 이스라엘은 승전의 날로, 팔레스타인은 ‘Naksa (the defeat)’ 또는 제 2의 Nakba (the catastrophe, 재난) 로 기억한다. 
           

예루살렘 옛도시 ‘사자의 문 (Lion’s Gate)’ 건너편에 위치한 감람산 (Mount of Olive)은 예루살렘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은 부활하신 예수께서 승천 하신 곳, 제자들에게 주기도문을 가르치신 곳, 그리고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한 곳으로 믿어진다.  나도 기독교 순례자들과 관광객들 사이에 끼어서 이 감람산을 돌아 보았다. 팔레스타인의 고통의 역사를 안 이상, 그냥 웃으면서, 마냥 감동적으로 예수를 생각하며 예루살렘을 바라볼 수는 없었다. 문득 예루살렘을 바라 보시며, 탄식의 눈물을 흘렸다는 예수를 생각해 보았다. 그 때의 예루살렘과 지금의 예루살렘은 같을까? 다를까?

배근주 교수(Denison 대학교, 기독교윤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