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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교수 EBS강의 - 마음을 움직이는 힘 밑 링크 " ebs- 마음을 움직이는 힘 " 을 클릭하시면 동영상이 플레이 됩니다.
[유니온프레스=최진영 기자] 교수가 아니고 코미디언이 아닐까. 단정하지 않은 파마머리, 곤색 재킷에 하늘색 바지 차림, 분홍색 손수건을 주머니에 꽂고 톡톡 튀는 패션으로 김정운 교수는 강단에 섰다.
지난 5월 KBS 2TV 예능프로그램 <승승장구>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명지대학교 문화심리학과 김정운(50) 교수가 지난 16일 저녁 7시 덕수궁 정관헌 강단에 섰다. 봄과 가을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에서 진행하는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 프로그램의 첫 번째 명사로 초청된 것이다. 강의 제목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었고, 방송에 나와서 했던 것과 내용의 강의였지만 청중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예시들을 가져와 특유의 유머감각을 뽐내며 강의하면서 김 교수는 또 한 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첫 번째 관문, 만지기 김 교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요소로 만지는 것을 꼽았다. 아기 원숭이가 철사로 만들어진 원숭이 인형보다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진 원숭이 인형에 안기고 애착을 갖는다는 것을 실험한 영상은 적절했다. 철사 인형은 아기 원숭이에게 음식물을 줬음에도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다. 가까운 사람이 슬픈 일을 당하면 어깨를 토닥이거나 손을 잡는 등 만지는 일이 위로가 된다는 것은 평소에 의식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알고 있고 수긍할 만한 이야기였다. “노인부부가 살다가 할머니가 먼저 죽으면 보통 할아버지는 6개월 이상 살지 못하지만 할아버지가 먼저 죽더라도 할머니들은 4년을 버팁니다. 할머니들은 아기를 기르거나 바느질 등 집안일을 하면서 만질 대상이 많지만 할아버지들은 만질 대상이 없어요. 선거유세 할 때 악수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죠. 백 마디 말 보다 한 번 만지는 게 중요합니다.”
# 웃는 여자는 무조건 예쁘다? 두 번째는 ‘정서 공유하기’다. 김 교수는 사람에게는 정서를 공유하는 뉴런이 있어서 웃는 얼굴을 보면 따라 웃게 되고, 상대방이 찡그리면 따라서 찡그리게 된단다. 김 교수는 남자들이 평소에 잘 웃지 않는다는 것을 예로 들어 공감을 샀다. “남자들은 거울 뉴런 작용이 망가져서 볼 근육을 안 움직이려고 해요. 특히 입 꼬리가 처진 3대 집단이 있어요. 사장님들, 교수들, 중앙공무원교육원들. 나도 교수지만 교수는 교수들 중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요. 직업적으로 자기 얘기만 하게 돼 있어요.” 김 교수에 따르면 논리만으로 사람을 설득하려는 사람은 바보요, 설득하는 좋은 방법은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는 “심리학적으로 논리는 물이고, 수도관이 정서 공유해 줍니다. 정서 공유를 잘 하는 사람은 따라 웃고 따라 웃습니다. 물이 있어봤자 수도관이 없으면 정서를 공유할 수 없어요. 기분좋은 사람들의 특징은 웃는 거에요. 웃는 여자는 무조건 예쁩니다. 왜냐구요? 웃으면 따라 웃게 되죠. 웃고 있는 자신을 보고 왜 따라 웃게 될까 고민하다가. 좋네, 예쁘네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 내 순서가 있으면 남의 순서도 있는 법 김 교수는 “내 순서가 있으면 남의 순서가 있다. 내 순서가 오면 반드시 반응 해야 한다”고 공식처럼 외며 강조했다. “아이를 키우는 전세계 엄마들은 아기에게 이 순서를 가르쳐줍니다. 엄마들은 아기에게 말을 걸죠. 누가 그랬어? 아니 자기가 그래 놓고 누가 그랬냐니요. 3개월이 지나면 아기는 웃게 돼요. 내 순서가 왔다는 걸 아는 것이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순서를 내줄 때 상대방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심리학이 약점을 고치려고 애를 썼지만 고칠 수 없었어요. 제 성격은 보통이 아니에요. 길을 가다가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잡아 세워서 호통을 치죠. 요즘은 얼굴이 알려져서 못하지만. 고등학교 때 생활기록부를 보니 과묵하고, 성실하나 쉽게 격함이라고 적혀있더군요. 사람은 안 바뀝니다. 장점을 끌어올려서 약점을 따라 올라오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화를 넘길 때도 상대방이 멋지게 보일 때 내주세요.” 김 교수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 얘기하며 학업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아들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공개했다. "아들이 공부를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3년이 걸렸어요. 지금은 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는 게 좋아요. 평균 수명이 50~60세일 때는 좋은 직장을 나와 10년 행복하게 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수명이 길어져 50~60년을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하기 때문에 공부가 다가 아니에요. 그렇지 않습니까?"
# 역지사지(易地思之) “사람은 네 살이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게 돼요. 그런데 이상한 점은 나이가 들수록, 높은 지위에 올라갈수록, 장사가 잘 될수록 사라진다는 거에요.” 다음으로 김 교수는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며 역지사지를 훈련하는 특별한 방법으로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는 법을 공개했다. “내가 나한테 애기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에고 센트럴 스피치라고 해요. 나와 얘기하는 것은 휴식이 되기도 해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교수로서의 나. 아빠로서의 내가 말을 걸어 와요.” 김 교수에게 자신과의 대화는 글을 짓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대화 내용을 수첩에 적는데, 수첩을 한두 페이지만 쓰고 버려서 1년에 30~40개 수첩을 갈아치운다고 했다. 아내와 자식을 바꿀 수 없으니 수첩이라도 자기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라느니, 술을 안 마시고 담배 안 피우고 좋은 만년필을 모으는 게 취미라느니 하는 개인사에 대한 시답잖은 말을 이어나가며 좌중에 웃음을 주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가 사는 데 있어서 감탄하는 것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 모두 감탄을 위한 일이에요. 왜 에펠탑을 보러 가죠? 감탄하고 싶어섭니다. 사람은 감탄하고 감탄 받기 위해 살죠. 남자들이 룸살롱에 가는 이유는 거기 여자들이 감탄해주기 때문이고, 여자들이 오래 사는 이유는 모였다 하면 ‘그래그래’, ‘맞아맞아’ 서로들 감탄해서 그래요.” 김정운 교수는 이날 ‘삶’과 맞닿아 있는 소재와 유쾌한 강의법으로 강의를 들으러 덕수궁을 찾은 170여 명의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었다. 감탄할 만한 강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