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곱니 아빠 곱니” - 조선족 아이들 -
엄마 곱니 아빠 곱니 누가 누가 더 곱니 엄마 없던 날 하루세끼 비빔밥만 먹었구요 아빠 없던 날 밤새도록 도깨비 꿈만 꾸었대요 엄마야 아빠야 우리 우리 함께 살자야 해도 있고 달도 있는 푸른 하늘 집처럼 - 조선족 노래. 엄마야 아빠야 中 -
중국 동북 3성(흑룡강성,길림성,요녕성) 아이들이 흐느끼며 부르는 이 노래, 지난해 연변 텔레비전(Y-TV)에서 1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노래,이 노래에는 만주 아이들의 서글픈 현실과 눈물이 담겨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행’의 광풍이 불어 닥치면서 부모들은 너도 나도 한국으로 떠났다. 1,2년이면 돌아올 줄 알았던 부모들은 돌아올 기약이 없고 살얼음 보다 차가운 만주 벌판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그들은 부모의 빈자리를 스스로 채우며 살아내야 했다.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코리안 드림 속에서 아이들은 중국에서 부모들은 한국에서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까지 함께 키워가고 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 아이들을 남겨두고 온 부모들,2013년 가을,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 홀로 남은 학교, 혼자 공부하는 쓸쓸한 교실…
흑룡강성 탕원현 인근의 어느 조선족 소학교. 학생들이 하나 둘, 큰 도시에 있는 학교로 떠나고 전교생은 이제 해진(7살)이 1명 뿐. 텅 빈 운동장에서 혼자 미끄럼틀을 타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수줍게 말하는 얼굴이 7살 어린아이답지 않게 슬퍼 보인다. 떠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홀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해진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한국으로 한국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한국行
조선족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두 가지 직업이 있다. 학기 중에는 중국의 선생님, 방학 기간에는 돈을 벌러 한국으로 떠나는 근로자. 자존심 때문에 중국에서의 직업이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지도 못하지만 방학 때마다 꼬박꼬박 한국을 찾아 일을 하고 돌아온다는 조선족 선생님들.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 떠난 부모의 빈자리, 남겨진 아이의 눈물
한국 바람 따라 한국 간 부모님은 어느 날 갑자기 이혼하고 연락을 끊어버렸다. 이제 11살이 된 태동이의 유일한 보호자는 할머니뿐. 생활비도 넉넉지 않은 상황이라 앞으로의 살아갈 날들이 막막하기만 하다. 그걸 알고 있지만 옆 집 친구가 엄마가 사줬다는 새 신발을 신고 자랑하러 오는 날이면, 태동이는 심통이나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부리고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내기 일쑤.. 새 옷 하나 못 사주는 할머니는 짧아진 태동이의 바짓단을 늘리면서 멍든 가슴을 삭힌다.
■ “부모님과 같이 있고 싶어요.” 갈 곳 없는 아이들
한국행 바람 이후 동북3성 곳곳에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설 기숙 학원이 새로 생겼다. 기숙학원은 돌봐줄 조부모나 친척들이 없는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찾아와야 하는 곳,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한국행을 택한 부모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들이 가진 사연과 아픔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아이들이 똑같이 바라는 희망이 있다. 바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다”는 것이다.
만주에 남겨진 아이들은 가장 민감한 시기에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부모님은 아이들이 원하는 사랑을 외국에 나가있는 돈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서로 못 보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흘러간 시간만큼 부모 자식 사이에는 거리감이 쌓이고 있다. ‘코리안 드림’ 속에 잊혀진 조선족 아이들의 서글픈 현실을 <KBS 파노라마>에서 조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