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독일을 세계 주요수출국가로 만드는데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엘리트기업이고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숨은 챔피언입니다.” -헤르만 지몬
독일은 한때‘유럽의 병자’란 놀림을 받았지만, 현재는‘유럽의 강자’로 우뚝 선 나라다. 2011년 유로존 국가 모두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꾸준한 경제 성장을 보이며, 실업률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을 경제 강국으로 이끈 가장 큰 요인은 독일이 자랑하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그를 뒷받침하는 제도이다. 독일의 중소기업 중에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강소기업, 즉‘히든 챔피언’들이 많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혁신 전문가인 헤르만 지몬을 통해 독일 중소기업들의 성공 비결과 독일 정부가 중산층의 일자리를 위해 어떻게 이들 기업을 육성, 지원하는지 알아본다.
KBS스페셜, 『신년기획 3부작, 행복국가의 조건』, “제2편 중소기업의 나라, 독일 ”은 오는 1월 27일(일) 저녁 8시 KBS 1TV에서 만날 수 있다.
1. 세계 경제위기 속 강자, 독일
“BMW 성공은 노사가‘서로 함께’한 결과지, ‘서로 대치한’결과에서 얻은 것이 아닙니다.” - BMW 경영진
브랜드 가치 218억 달러,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자동차 브랜드 BMW. 잘나가는 BMW 역시 1993년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하지만 노사가 함께 논의를 한 결과,‘근로시간계좌제’를 만들어 위기를 이겨냈다.‘근로시간계좌제’란 호황기에는 초과 노동시간을 저축했다가 일이 없는 불경기에 직장에 나오지 않고 저축한 노동시간에 준해 임금을 받는 시스템이다.
BMW의 경쟁력은 하청업체와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에어백과 안전벨트를 납품하는 하청업체 오토리브(Autoliv) 역시 BMW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과 대우를 받는다. BMW와 동등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공정한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하며, 새 모델을 출시할 땐 초기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BMW와 하청업체 모두가 서로의 협력과 상생이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2. ‘미텔슈탄트’가 독일을 지탱한다 뮌헨 교외에 위치한 종업원 100여 명의 종이제조 중소기업 그문트(Gmund). 120년 전통의 조그만 이 기업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매년 새로운 종이를 세계 7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곳의 경쟁력 중 하나는 가격 경쟁을 하려고 저가상품을 만들지 않고, 매출액의 2~30%는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이다. 부모세대부터 평생 일해 온 직원이 많은 그문트는 2009년 위기 때도 연구비와 직원을 줄이지 않고 보호했다.
유럽 가전 시장 점유율 1위 밀레(Miele)는 작은 가족 기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밀레는 최초의 목조 세탁기 발명 이래로 끊임없는 혁신으로 성장해왔다.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경쟁력인 밀레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과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는 판매 지사만 설립하고 공장은 독일에만 운영한다는 원칙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기술력 확보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밀레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지금까지 어려운 일이 없었고 제가 직장을 잃을까 걱정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 알렉산더 비겔/밀레 근로자
* 미텔슈탄트(Mittelstand) : 사회의 중산층, 또는 중소기업을 뜻함
3. 일자리 유지를 위한 중소기업 지원정책 칼 제조 전문회사 뷔스토프(Wu?sthof)는 2009년 세계 경제위기 때 커다란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정부의 지원으로 직원 해고 없이 난관을 이겨낼 수 있었다. 노동시간단축제를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고 단축된 노동시간만큼 감소한 임금은 기업이 아닌, 노동청에서 60% 지불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기업에게 중요한 부분은 일감이 다시 많아졌을 때, 새로운 노동인력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고 경험이 많은 직원들이 다시 풀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하랄드 뷔스토프/뷔스토프 사장
‘BMW 시’라 불리는 독일 작센주 라이프치히시도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BMW는 저가 차종을 생산하는 공장을 체코에 세울 계획이었으나 노조가 내건 제안을 받아들여 2005년 작센주에 공장을 설립하였다. 노조가 일자리 유지를 위해 근로시간 연장과 토요일에도 평일 보수를 받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에 BMW가 마음을 돌린 것이다. 이 노사합의로 해외공장 건설을 막으면서 라이프치히시의 실업률은 5% 이상 감소했다.
4. 중소기업을 유지하는 밑바탕, 직업훈련시스템
독일에선 보통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이 중고등학생 때부터 기업의 견습공으로 일하며 훈련을 받는다. BMW에서는 한 해 800명의 인턴 견습공을 훈련시키고 있는데, 학생들은 자동차 제작과 정비 등 12가지 직무로 나눠 전문 기술을 전수 받는다. 이런 견습공 훈련을 통해 아이들은 대부분 한 기업에서 수십 년을 일하며 마이스터로 성장한다.
블뤼트너(Blu?thner)에서 2년째 직업훈련을 받은 하이케 자이데. 하이케 역시 피아노 건반 전문가가 되어 블뤼트너에서 일할 생각이다. 1903년 창립된 블뤼트너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고가의 피아노를 제작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블뤼트너는 전통 기술 위에서 고유의 가치를 발전시킬 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전문 인력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데 투자를 합니다. 이를 통해 선대로부터 100년 이상 갈고닦아온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습니다.” - 크리스티안 브뤼트너/브뤼트너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