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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히는 진짜 이유
By Chantal Panozzo

 

취리히 호수의 백조. 스위스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히고 있다.
지난 여름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스위스 취리히에 소재한 한 광고 대행사)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더웠다. 스위스에 있는 대부분의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무실에도 에어컨이 없었다. 시간은 12시 1분이었고 나는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른 이들과 함께 항상 12시가 되자마자 점심 식사를 하러 뛰어나가는 스위스인 카피라이터 올리비에는 “점심시간”이라고 말했다.

나는 조금 있다 식사하러 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마치 “외국인이란”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12시2분이 되자 사무실은 텅 비었고, 나는 찜통 더위 때문에 지쳐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스위스에서의 직장 생활 중 처음으로 살짝 빠져나가 호수를 따라 10분 간 걸어 야외 풀장에 가기로 했다.

내 눈 앞에 취리히 호수의 전경이 펼쳐졌고, 야외 수영장으로 들어서니 퇴폐적이고 은밀하다는 느낌과 함께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여성 전용 공간에서 우리 회사의 거의 모든 여직원과 마주쳤다. 스위스인 아트 디렉터 비비안은 반라 차림으로 일광욕 중이었다. 그녀 옆에서는 또 다른 스위스인 아트 디렉터 소냐가 비키니 차림으로 탄산수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카피라이터 마리앤(또 스위스인)이 탈의실에서 나왔다.

나는 이 사무실에서 ‘외톨이’였다. 그 해 여름 점심 시간 마다 수영장에 가지 않는 유일한 미국인 ‘일 중독자’였던 것. 8월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러나 스위스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마법을 부렸고, 나는 곧 일과 삶을 분리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심지어 직장에서도 말이다. 휴일이 아닌 근무일에조차도 점심 시간은 삶의 일부였고, 그 시간 동안 백조들과 함께 수영하는 것 역시 그랬다. 샌드위치를 책상에서 먹는 일도 없었다. 스위스 거주자들이 적절한 점심 휴식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스위스가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히는 비결의 출발점일 뿐이다.

HSBC가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해외 거주자 의식 조사(Expat Explorer)와 컨설팅 그룹 머서가 해외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삶의 질(Quality of Living) 조사와 같은 설문조사에서 스위스는 지속적으로 외국인이 정착하기 가장 좋은 나라 중 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엔의 2015 세계행복보고서에서도 스위스는 1위에 올랐다.

영국 출신으로 10년간 스위스 베른에 거주해 온 디콘 비위스는 초콜릿 외에도 일과 삶 사이의 균형 때문에 자신이 스위스에 계속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요일에는 상점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원치 않는다 하더라도 억지로 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산 휴가는 확실히 미국의 일반적인 산휴보다 훨씬 낫다. 스위스에서는 출산 휴가를 최소 14주 동안 쓸 수 있고, 더 오래 쓸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상점 영업 시간이 길어졌지만, 모든 스위스 유권자들이 그같은 ‘발전’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내 이웃인 79세의 스위스 할머니는 언젠가 나에게 등산용 지팡이를 흔들면서 “사람들이 일요일에 쇼핑할 필요가 있나? 일요일 빼고도 한 주에 6일이나 있는데 말이야”라고 말했다.

온라인 잡지 ‘뉴리 스위스드’(Newly Swissed)를 만든 디미트리 버트하드 편집장은 10년 가까이 미국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학생으로 지냈다가 후에는 직장인으로 거주했다. 미국 직장에서는 연차 휴가 일수가 12일이었다. 그러다가 고국인 스위스로 돌아왔다. 그는 “스위스의 일과 삶의 균형은 딱 적정한 수준이다. 4~5주 정도의 연차 휴가 일수가 실제로 합리적이고 완벽하다”고 말했다.

법에 따라 모든 근로자가 최소한 4주 간의 연차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나라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스위스의 한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관리자로 재직 중인 미국인 애넬리스 허조그 폴라코스는 10년 넘게 취리히에서 거주 중이고 떠날 계획이 없다. 그녀는 스위스가 매우 탄탄한 사회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두 자녀를 둔 그녀는 스위스의 관대한 휴가 정책과 직장의 유연성에 대해 특히 만족해 했다.

“확실히 출산 휴가가 일반적인 미국 기업의 산휴보다 훨씬 낫다. 최소 14주간 쉴 수 있고, 일부 경우에는 더 쓸 수도 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녀는 “또 심지어 고위직의 경우에도 유연 근무 시간제나 파트타임 근무 스케줄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위스에서는 고위직 가운데 약 20%가 시간제로 근무한다.

그러나 스위스에도 문제는 있다. 설문조사에서 스위스는 종종 친근하지 않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위스인 자신들도 그렇게 보고 있다.

스위스인 재무 설계사 스테판 웨버는 한편으로 스위스가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점은 유명인사라도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사람들이 보다 긍정적이고 개방적이며, 친근해질 필요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위스는 친근함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스위스인들은 매우 정중하고 내성적이다. 스위스인의 반응을 얻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나면 아뿔사! 스위스인들은 잡담을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피상적인 대화로 보는구나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비위스는 “완벽한 곳은 없다. 그러나 대다수 다른 나라에 비해 스위스가 완벽에 보다 가깝다”고 결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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