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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삼식이' 된 남편·못마땅한 아내

은퇴 후…'삼식이' 된 남편·못마땅한 아내

아직도 상사인 줄 아는 남편 그런 꼴 못 보는 아내/호사카 다카시 지음/김웅철 옮김/매일경제신문사

정년퇴직한 사람들이나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은 고민이 많다. 노후 생활비용이나 고독, 질병 등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은퇴 이후 부부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큰 정신적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은퇴한 남편은 갈 곳이 없다. 집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망설이다가 결국 아침부터 밤까지 집에만 박혀 있는 ‘삼식이’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그렇게 되고 보니 남편이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온종일 ‘자유’를 누리던 아내는 갑자기 자유를 빼앗겨 버린다. 짜증과 스트레스가 쌓이고 결국 심리적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제 남편을 대하는 행동과 시선은 예전 같지 않다. 남편은 그런 아내가 ‘괘씸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평생 돈을 벌어다 줬는데, 이제 돈벌이를 못하니 괄시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렇게 부부 생활의 균열이 시작된다. 그럭저럭 무난하고 행복한 부부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은퇴하고 보니 얼굴을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고, 은퇴했다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아내를 보니 ‘나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지은이는 ‘진짜 부부 생활은 은퇴 후에 시작된다’고 말한다. 은퇴는 인생의 중간기착점이며, 따라서 은퇴를 전후해 남편과 아내는 지금까지와 다른 부부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서로 감정 소통이 안 돼 서먹서먹하게 지내거나 심지어 얼굴을 맞대면 짜증이 나는 사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이 책은 은퇴한 부부가 어떻게 마주해 갈 것인가,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부부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해 주는 계기와 행복한 부부 생활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이심이체(二心異體)’라고 강조한다.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남이며, 따라서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면서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자가 나와 다른 사람이며, 다른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갖고 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부부가 각방을 쓰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위해 늦은 밤까지 불을 켜놓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저녁 식사 후부터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종일 얼굴을 마주 보며 지내야 하는 부부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식사 시간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아내가 아침과 점심을 간단하게 준비해놓고, 먹고 싶을 때 서로 알아서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커피를 내리고, 국물을 데우는 정도는 혼자 식사하는 남편이 해야 한다. 이마저도 하기 싫다면서 행복한 은퇴생활을 누리겠다고 덤비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아내 역시 자기 식사만 챙기고 남편 식사를 챙기지 않으면 자유롭게 외출할 수도 없고, 남편으로부터 ‘자신을 무시한다’는 비난과 함께 부부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

무엇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돈을 벌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돈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생활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지은이 호사카 다카시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를 통해 은퇴하는 남편과 은퇴남편을 맞이하는 아내들이 바라는 것을 조사했다.

아내들은 남편들에게 ‘자기 주변의 일은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 지역사회나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거나 보람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가사분담 등 집안일을 도와주면 좋겠다. 서로 의견을 존중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남편들은 아내들에게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하면 좋겠다. 간섭하지 말고 자유롭게 해주면 좋겠다. 부부 공통의 취미를 갖고 싶다. 나보다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어느 것 하나 무리한 요구가 없다. 그럼에도 은퇴한 남편과 은퇴한 남편을 대하는 아내는 왜 서로에게 짜증을 낼까?

237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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