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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zabath Bernstein by WSJ 5가지 성격 모델(개방성, 성실성, 친화성, 신경성, 외향성): 인터랙티브 그래픽 보기 몇 년 전, 브랜든 그린은 소파에 앉아서 직장에서 했던 사소한 실수와 그 실수 때문에 생길 결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룸메이트가 다가오더니 그날 일어난 재미있는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브랜든 그린은 깔깔 소리내어 웃지 않았다. 빙긋 미소를 짓지도 않았다. 그는 찌푸린 표정으로 룸메이트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룸메이트는 브랜든 그린에 대해 어찌 보면 의미있는 분석을 했다. “괜한 얘기를 했네. 넌 원래 행복한 사람이 아니지.”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LA에서 웹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브랜든 그린(29)은 말했다. “계속 해오던 대로 세상 탓, 남 탓만 할 것인가, 아니면 좀 달라질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성격을 상당 부분 바꾸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전문가들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고. 지난 두세 해 동안 발표된 주요 논문 여러 편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은 성인이 된 이후에 진지한 인간관계를 맺거나 사회생활에서 지위가 올라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뀐다고 한다. 20세에서 65세 사이에 성실성 같은 긍정적인 특성은 강해지고 신경성처럼 부정적인 특성은 약해진다. 대부분 친화력이 있고 책임감 있으며 정서적으로도 안정되는 쪽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서 성격이 개선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성숙의 원리(Maturity Principle)라고 표현한다. 친절하고 외향적이며 책임감 있는 사람들은 수줍음을 많이 타고 비사교적이며 무책임한 사람들보다 행복한 편이라는 연구 결과는 오래 전부터 알려졌다. 그런데 일단 행복해져야 성격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리치료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주는 연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성격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1월호에 실린 한 논문은 2005년에서 2009년 사이에 호주인 1만 6,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성격과 행복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2005년에 행복했던 사람들이 2009년에 정서적으로 더 안정되고, 더 성실하고, 더 쾌활하고—다음이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더 내성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메인주 워터빌 소재 콜비 칼리지 ‘콜비 성격 연구소’ 소장인 크리스토퍼 소토 박사는 연구진이 말하는 ‘성격’이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상황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사고와 감정과 행동의 특징적인 패턴’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소토 박사는 이번 논문의 주저자다. 그는 성격은 50%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고 50%는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940년대 여러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5가지 성격 모델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은 개방성, 성실성, 친화성, 신경성, 외향성으로 크게 5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각 카테고리별로 특성과 행동 유형이 다르다. 가령 외향성은 사교적이고 열정적인 특성을 포함한다. 신경성은 분노하고 불안해하고 쉽게 동요하는 특성을 아우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공할 확률이 높은 성격 유형이 따로 있다고 한다. 소토 박사는 성실한 사람은 학교와 직장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친화성 점수가 높고 신경성 점수가 낮은 유형은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편이다. 외향성 점수가 높은 유형은 사교성을 요하는 직업군이나 사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다. 성격을 아주 조금만 바꿔도 인간관계, 커리어, 건강,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소토 박사의 주장이다. 그런데 성격이라는 것이 그 개념 정의(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상황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사고와 감정과 행동의 특징적인 패턴)에서 보듯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성격이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소토 박사는 “일단 행동 바꾸기를 시작하고, 바뀐 행동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으면 새로운 성격이 된다”고 말했다.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받으며 변화가 몇 달 동안 유지되는지 관찰해본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성격을 고칠 수도 있지만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먼저 여러분의 성격 중에서 여러분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을 자각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 델마에서 심리학자로 활동하는 리처드 리벡의 조언이다. “투덜거리고 따지기를 좋아하며 항상 의심하는 타입인가? 직장동료와 불화를 빚다가 해고된 적이 여러 번인가? 항상 남을 탓하는 편인가?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리처드 리벡 박사는 과식처럼 나쁜 습관을 예로 들어서 이렇게 설명한다. 체중을 감량하려면 언제 그리고 왜 과식을 하는지 먼저 자각해야 한다. “자신을 방어하고 논쟁을 하는 성향이 있다면 ‘상사가 다가와 말을 걸면 뭔가 비난을 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자기방어를 하려고 내가 과민하게 반응하는구나’라고 분석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자각한 사람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쉽게 언쟁을 벌이지 않는다.” 기대치를 너무 높게 세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인내심은 필수다. 의도적으로 바꾼 행동이 제2의 천성이 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소토 박사의 설명이다. 남들의 반응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타인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성격을 바꾸는 중이기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개인과 단체의 행동 교정을 도와주는 워렌 케노프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사소한 실천을 하라는 것. “축구 연습이랑 비슷하다. 골인 성공률보다는 연습 과정에 집중하자.” 워렌 케노프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행동 교정을 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라고 하는 편이다. “주변 사람들은 기꺼이 도와줄 것이다. 또한 내가 행동을 교정한다면 나뿐만 아니라 주변인들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브랜든 그린은 룸메이트의 성격 진단을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옛날부터 부정적이고 불만이 가득하며 혼자만의 생각에만 골몰했었다. 그는 질투와 분노의 감정에 시달렸고 상처 받기 싫어서 친밀한 관계는 맺지 않았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사회생활도 편치만은 않았다. Rachel Aranda 인지행동치료를 받고 부정적인 성격을 교정한 브랜든 그린 그는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약 18개월 동안 일주일에 두 차례 인지행동치료를 받았다. 자기계발서도 읽고 일기도 썼다. 일기를 쓰느라 1시간 30분이 걸린 적도 여러 번이었다.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분석했다. 그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출사를 다니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목표도 세웠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도움이 됐던 부분은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자각했다는 점이다. 그는 무엇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지 가만히 생각해봤다. “부정적인 사람은 어디를 가든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부정적인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안 좋은 일이 나에게만 일어난다는 착각이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브랜든 그린의 인생은 많이 달라졌다. 그는 여전히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친구를 사귀는 것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고, 나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하려고 노력했더니 더 행복하고 외향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