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현대식 건축을 사랑하는 부부를 위한 꿈의 집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앤 아버 외곽의 2에이커 초원 위를 거닐던 건축가 윌프레드 암스터(73)는 불현듯 허리까지 올라오는 풀들이 야생 그대로 자라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게 해답이었죠.”
Matthew Carbone for the Wall Street Journal 결과는 부지 내 두 개의 나즈막한 둔덕을 잇는 길고 가느다란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흙바닥 위에 떠 있는 형상으로 바닥과의 거리는 최대 8피트(약 2.5미터) 이상이다.
230피트(70미터) 길이, 20피트(6미터) 너비의 건물 양 끝은 땅 속으로 파묻혀 있고 숨겨진 지하실에 의해 단단히 고정되어 있으며 거대한 H형 강철기둥이 건물 중간중간을 떠받히고 있다. 어두운 회색의 긴 서구식 건물벽에는 커다란 창문이 나 있어 초원을 내다볼 수 있고, 단단한 시멘트로 마감한 거리 쪽 벽에는 좁고 긴 창들이 나 있다. 불을 밝히면 이 유리창을 통해 생기는 빛의 문양이 마치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시킨다고 조명 디자이너이자 집 주인 바바라 윌슨(57)은 말했다.
3,400스퀘어 피트에 이르는 이 집은 외부 뿐 아니라 내부도 독특하다. 하얀색 긴 복도는 집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세 개의 침실과 거실은 복도에서 벗어나 있다. 윌슨과 전기엔지니어인 남편 조 맥엘로이(53)는 아늑함을 주기 위해 천장을 낮췄으며 거실의 사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침실과 욕실 규모는 줄였다고 한다.
사진으로 가득한 명상실은 불교 수행에 쓰이며, 남쪽의 작은 온실은 현대식 닭장으로 변신시켜 20마리 정도의 닭들이 매들의 습격을 받지 않게 보호하며 키우고 있다. 일부 가구는 IKEA에서 사왔고 로얄 블루색 부엌 역시 거기서 사온 것들로 꾸몄다. “집기들이 아닌 기본 건축에 돈을 다 썼다”고 윌슨은 말했다.
50만 달러를 들여 2007년 완공된 이 집은 2011년 미국건축사협회(AIA) 뉴잉글랜드 지역 디자인상과 2009년 코네티컷 지역(암스터가 활동기반을 두고 있는 곳) 상을 수상했다. “이 집의 극단적인 면을 좋아한다”고 앤 아버 소재 미시건 대학 건축과 부교수 칼 더브만은 말했다. 그는 이 집의 공사가 진행중일 때 학생 100명을 데리고 와 견학시키기도 했다.
전통 가옥이 많은 이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이 집에 대해 시큰둥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집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거라고 걱정하기도 한다. 최근 새로 칠한 어두운 색 외벽 페인트 덕분에 이런 불만이 조금은 줄었다. 한 이웃의 말대로 “주위와 좀 더 잘 융화되기” 때문이다.
부부는 이웃들의 이런 반응에 철학적이고 방어적으로 접근한다. 윌슨은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걸 좋아한다”며 다른 사람들의 집에 대한 의견을 물어올 때 공손하게 답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인다.
오랫동안 현대 건축의 팬이었던 이들은 정원일을 좋아하는 윌슨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 중세풍 자택에 더이상 정원으로 만들 땅이 없었던 2002년 경 다른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결국 시장에 나온 매물 중 맘에 드는 게 없자 집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고 2005년 8만 달러를 주고 대지를 구입했다. (약 2년 동안 1마일도 채 안되는 거리에 있는 14.6에이커 규모의 미개발 대지가 275,000달러에 나와있다.)
부부는 친구가 머리를 뒤로 묶은 암스터를 소개해 주기 전까지 약 6명의 지역 건축가들을 인터뷰했다. 암스터의 독특한 주택 디자인 포트폴리오에는 지역주민들이 “우주선”이라 부르는, 코네티컷 주 길포드 소재 1980년대식 건물도 있다. 부부는 그의 건축에서 느껴지는 시적인 감상과 이전 작업들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이었다.”
암스터는 부부에게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적어보라고 했고 맥엘로이는 내부에서는 보호받을 수 있으면서도 자연의 힘을 경험할 수 있는 집이라고 적었고, 윌슨은 마치 한데서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원한다고 썼다.
암스터는 12개 정도의 모델을 만들어 일부를 부부에게 보여주었다. 맥엘로이의 말에 따르면 현재 집의 모델이 “눈에 확 띄었다고” 한다.
지인들은 부부에게 반복해서 경고하며 나중에 쉽게 팔 수 있는 집을 지으라고 권했지만 부부는 팔 생각이 없다고 한다. 윌슨은 나이가 더 들었을 때를 고려해 아예 이 집을 지을 때 문간이 넓고 계단이 별로 없게 지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주장하듯 이 집이 그렇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맥엘로이는 자기가 “시각적인 특이함”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 집을 신경거슬려 하지 않는 이웃도 있다. 로랠린 바텀은 3년전 구입한 길 건너의 자기 집에 처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이 집을 이정표로 사용하면 편리하다며 “난 버클리 출신이라 상관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