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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zabeth Bernstein from WSJ 어느 저녁, 미셸 필립스와 그녀의 남편 게리 웨즈는 친구들과 집 현관에 앉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하이킹에 대해 대화하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동네의 등산로에 대해 얘기 했고 다른 친구는 자신이 새로 산 하이킹화를 극찬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미쉘이 불쑥 “남편과 나는 베어산 등산로에 있는 바위 뒤에서 애정행각을 벌였는데 다른 등산객들이 우리를 봤어”라고 말했다. Phillips Wadds Family 미쉘과 개리 부부 과연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친구들은 침묵했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게리는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고 머리를 흔들면서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미셸은 하던 얘기를 마저 다 끝냈고 친구들은 박장대소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면서 게리는 아내에게 따졌다. 그는 “당신이 그런 말을 했다니 믿을 수가 없어. 사생활 존중이라는 것도 몰라?”라고 물었다. 미셸은 남편의 말에 당황하면서 수세에 몰렸고 그 얘기는 악의 없이 재미로 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녀는 “그냥 친한 친구 몇명에게만 말했어. 대수롭지 않은 거니까 그만 좀 해”라고 말했다. 여보, 당신은 나를 정말 당황스럽게 만든다구! 설마 당황스럽다는 말의 뜻을 모르거나 그런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 필자는 모임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아내나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남편에 대한 일화들을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말실수를 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언쟁을 시작하거나 경망스러운 농담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배우자를 둔 이들이 있다. 어떤 배우자들은 예의에 어긋난 식사 매너를 보이거나 격식에 맞지 않는 의상을 입기도 한다. 다른 배우자들은 자신의 농담이 정말 재미있다고 믿는다. “배우자 때문에 진땀을 흘리는 경우는 한도 끝도 없이 많다”고 마크 래리는 설명한다. 래리는 듀크대 심리학 및 신경학 교수이자 사회심리학 프로그램에 몸담고 있다. 잉꼬부부라 하더라도 배우자가 한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간간이 당황스러운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 당황스러운 감정이 지속되거나 그로 인해 자주 부부싸움을 하게 된다면 이는 부부관계에 심각한 간극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수보다 배우자의 실수로 인해 더 당황스럽다고 느끼는 걸까? 그건 사람들이 배우자를 마치 자기 분신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당신과 여생을 함께 하기로 한 이가 말도 않되는 농담을 하거나 머리에 전등갓을 뒤집어쓰고 춤을 추는 등의 행동을 하면 그건 바로 당신 ‘자신의 얼굴에 침뱉기’가 되는게 아닐까? 당신은 아마 이상한 행동을 하는 배우자와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식은땀을 흘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당황스러운 감정을 제어하기가 힘들어진다. “상황이 얼마나 더 악화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우리는 당혹스러움을 제어하기가 힘들다고 느끼게 된다”고 래리는 설명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런 당황을 태도 개선 목적을 가진 감정 기재라고 말한다. 즉, 당황스러움을 느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은 타인들 앞에서 혼자 디스코 댄스를 추거나 유아용 가짜 젖꼭지를 빠는 등의 당황스러운 행동을 피실험자들이 하도록 했다. 중요한 사실은 이 연구와 비슷한 다수의 연구들 모두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이다. 바로 사람의 당황스러운 감정은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 실제보다 더 타인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래리 교수는 당혹감이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된다고 설명한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간접적인 또는 “공감”하는 것으로 이런 감정은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컵의 물을 쏟거나 하는 등 배우자가 부주의하게 당황스러운 행동을 할 때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첫 카테고리는 배우자로 인한 당황 중 가장 발생 빈도가 낮은 경우라고 래리 교수는 언급했다. 다음 카테고리인 “반사적인” 당황은 배우자가 자신이 보기에 뭔가 창피한 행동을 한 경우 느끼는 감정이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화가 나서 언성을 높이는 아내나 부적절한 농담을 하는 남편이 있다고 치자. “사람들은 타인들이 이처럼 이상한 배우자를 견디면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거라고 보지는 않을까 하는 점을 가장 걱정한다”고 래리는 설명했다. 세 번째로 “일방적인” 당황은 나는 당황스럽지만 배우자는 전혀 그렇지 않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친지의 결혼식장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자고 우길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종류의 당황스러움은 종종 부부 갈등으로 이어진다.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행동을 한 배우자는 자신이 잘못한게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래리 박사는 이런 배우자는 예를 들어 “당신이 왜 그토록 나 때문에 당황했다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어. 머리에 전등갓을 쓴 건 정말 재미있었잖아”라는 식의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끝으로 “지목당한” 당황이 있다. 바로 배우자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나를 직접적으로 지목해 당황하게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둘만의 지극히 사적인 사연을 배우자가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앞서 소개한 미쉘의 특기).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집에 돌아올 때까지는 모든 것이 평온하다. 그런데 집에 와서 비밀을 공개한 배우자는 상대방이 격분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당황을 경험하는 이들은 종종 그 감정을 느낀 이후 “감정회복법”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자 한다고 래리는 설명한다. 그는 자신이 행한 연구에서 피실험자들에게 1970년대 히트곡 ‘필링(feeling)’을 직접 부르도록 하고 녹음한 다음 녹음된 노래를 피실험자들과 타인들에게 들려줬다. 그후 피실험자들에게 상냥함, 자신감, 도덕성 등의 덕목에 대해 자신을 평가하도록 했다. 피실험자들은 자가 평가 결과가 녹음된 노래를 함께 들었던 타인들과 공유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때 자신을 더 높게 평가했다. 즉, 자가 평가 결과가 자신의 노래를 듣지 않은 타인들과 공유된다고 생각했을때 보다 더 후한 평가를 한 것이다. 래리는 이런 결과는 “피실험자들이 굴욕감으로 인한 상처를 복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가 딱히 커플을 타깃으로 한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배우자로 인해 당황한 이들은 이런 사건 이후 마치 자신이 그 사건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양 이미지 복구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우자가 나를 창피하게 만드는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출발해 볼 수 있다. “그/그녀의 행동이 정말 창피한 걸까?” 명심할 것은 실제로 모든 배우자들은 뭔가 창피한 말이나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또, 우리는 배우자의 약점에 대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잘 자각하는 경향이 있다. Shalyn Nelson 결혼한 커플 배우자의 이런 당황스러운 행동이 단순히 성격 탓일까? 모임에서 소외된 듯한 배우자는 내성적이어서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그냥 묻어두는 편이 바람직하다. 배우자를 변화시키려고 하다가 이전에는 괜찮았던 것도 문제가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반복적으로 당황스러운 행동을 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 래리 교수는 “예를 들어 “양말 좀 스스로 챙겨신으면 안 될까?” 등의 대화처럼 당황스러운 행동을 하는 배우자의 문제에 대해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것은 괜찮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타이밍이 중요하다. 파티에 도착하기 직전은 이런 주제를 꺼내기에 좋은 타이밍이 아니므로 적절한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좋다. 배우자의 행동에 대해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의 반응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배우자의 경망스러운 행동이 의도적이거나 반복되서 지속적인 부부싸움으로 이어진다면 상담을 받아보는 편이 좋다고 래리 교수는 조언한다. 앞서 소개한 미셸은 예를 들어 남편이 자신을 위해 쓴 연애시를 친구들에게 공개하는 등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남편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고 시인했다. 유리와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는 남편 게리 역시도 처가 식구들의 모임에서 늘 입을 굳게 닫고 있어서 미셸을 당황스럽게 해 왔다. 미셸은 자신은 수다떨기 좋아하는 미국인인 반면 남편은 과묵한 영국인이라는 점도 한 몫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개인적인 ‘등산 일화’를 친구들에게 공개한 다음 날 미셸은 자신의 사생활을 다른 이들에게 공개하기 이전에 한번 더 신중히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48세의 기업 트레이닝 컨설턴트인 미셸은 개리와의 결혼이 재혼으로 다시는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 부부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한 자신들만의 수칙을 만들었다. 먼저, “혐오스러운”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서로가 상대방을 불편하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꼭 사과하기로 했다. 미셸은 “우리는 항상 “내가 이 일로 어떤 결과를 바라는 거지?”라는 질문을 해본다”고 말한다. 그녀는 “나는 애정이 넘치는 부부관계를 원하고 그런 관계가 끝까지 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게리는 “우리는 나이 50이 돼서도 여전히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에 함께 웃었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