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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Gray GUY SHIELD 프랭크 실링(46)은 언제나 시계를 좋아했다. 고등학생 때는 그가 ‘가난한 남자의 롤렉스’라고 부르는 태그호이어 시계를 몇 백 달러에 샀다. 하지만 그의 회사가 2004년 인터넷 도메인 이름을 판매하며 월 100만 달러를 벌어들이기 시작했을 때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7만9,000달러(약 9,110만 원)에 파텍 필립 5970G를 구입했다. 그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팀펑크의 느낌이 좋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다른 남성들, 특히 성공한 남성들이 자신의 시계를 알아보고 부러워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건 시계를 좋아하는 남자들에게는 비밀스러운 악수와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위를 보여주는 시계. 이 악수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시계가 성공과 취향(또는 성공과 취향의 부족)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들은 모든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에 시계가 있는데 누가 기계식 손목시계를 필요로 하냐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요는 욕구와 다르다. 비싼 기계식 손목시계를 향한 남자의 욕구는 논리가 아닌 정서가 지배하는 영역이다. 보통 남자들은 직업적 성취를 기념하기 위해 처음으로 지위 과시용 시계를 구입한다. 혼자 하는 하이파이브 같은 느낌이다. 이 시계는 차고 다닐 수 있는 트로피가 되고, ‘난 이걸 할 수 있어’라고 상기시켜주는 물건이 된다. 2001년 28세의 탤런트 에이전트였던 브라이언 모나코는 대학 캠퍼스에서만 공연했던 MTV ‘리월 월드’를 뉴욕 비콘 시어터 무대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일을 기념하며 약 5,000달러에 롤렉스 GMT를 산 그는 “정장에 넥타이를 맨 사람은 길거리에 흔하지만 좋은 시계는 당신을 돋보이게 해준다”고 말한다. 이제 43세가 된 그는 소니/ATV 뮤직 퍼블리싱에서 글로벌 광고, 영화 TV 부사장으로 일하며 뉴욕 현대미술관과 인접한 뮤지엄타워에 살고 있다. 그에게는 2만 달러짜리 파텍 필립 아쿠아너트를 포함해 30개의 시계가 있다. 그는 제대로 된 시계 매니아가 됐다. 시계 소식을 모아놓은 앱 ‘워치빌’을 꾸준히 확인하며 경매에도 참석한다. 그는 자신의 시계들을 예술품으로 여긴다. (“파텍 시계는 피카소 그림처럼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웃사람이자 비즈니스계 거물인 칼 아이칸이 무슨 시계를 차는지 알고 싶어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탈 때마다 그의 손목을 슬쩍 훔쳐보곤 한다. (아이칸은 코멘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시계마다 전달하는 메시지는 다르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이라기보다는 광고나 유명인들의 영향력에 의해 정의되는 경향이 크다. 월가 금융회사에서 일하다 맞춤 양복 재단사로 전직한 던컨 퀸은 “각각의 시계는 대부분 그 사람에게 축적된 사회적 짐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브라이틀링, 위블로, 오데마 피게, 파텍 필립 같은 브랜드를 사는 것은 “어떤 조직이나 클럽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특히 롤렉스 같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에서는 독특하고 인상적인 시계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수집가들은 특허 출원 중인 롤렉스의 더블 레드 시 드웰러 같은 특별한 버전을 찾고, 좀더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뱀포드워치디파트먼트의 맞춤 롤렉스를 찾는다. F. MARTIN RAMIN/THE WALL STREET JOURNAL 특정 직업은 특정 시계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운동선수, 래퍼, 록스타들은 오데마 피게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반화는 금물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오데마 피게 팬이다. 퀸은 남자들이 특정 분야의 지배적인 문화를 따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놀랍지 않게도, 더 젊고 창조적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시계가 바보같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광고 회사 바바리안 그룹의 이안 달리(38) 최고전략책임자는 자신에게는 그런 시계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시계를 딱 하나밖에 가져보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생 때 여자친구가 1994년에 졸업선물로 사준 세이코 다이버 워치를 계속 차고 있다. 지위를 보여주는 시계들에는 어딘가 조잡한 데가 있다. 지금은 스타트업 거물들과 검소한 억만장자들의 시대다.” 정말로 지난 수년 간 새로 부자가 된 실리콘밸리의 IT 거물들과 대화해 본 결과 시계에 대한 그들의 선호는 전통적인 럭셔리의 개념과는 맞지 않았다. 그들은 화려함을 피하고 실용적인 애플, 페블의 스마트워치나 오래된 펄서 계산기처럼 아이러니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페블 창업자 에릭 미지코프스키는 페블을 만들기 전까지 시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 어떤 남자들은 그냥 이 오래된 게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미스터포터에서 구매와 판매를 담당하는 토비 베이트먼 디렉터는 시계가 남자의 은행 계좌뿐만 아니라 그의 스타일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시계는 성격을 표현하는 것에 더 가깝다. ‘남자가 차야 하는 유일한 귀금속은 시계’라는 오래된 격언을 따른다면 그 선택에 많은 숙고가 필요하다.” 자동차나 와인처럼 시계를 볼 줄 알고 사려 깊은 선택을 하는 것은 일종의 감식안을 가진 것과 같다. 위대한 시계 제작자가 작은 명작을 만들기 위해 구부정하게 확대경을 들여다 보는 수개월의 시간과 장신정신을 인정하는 일이다. 당신이 전달하려 하는 메시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요소는 중요하다. 실링은 몇 년 전 크리스티스를 통해 약 1,000만 달러에 자신의 시계 컬렉션을 판매하고 지금은 대체로 1992년 50개만 만들어진 파텍 필립 3974를 차고 다닌다. 그 가치는 얼마냐고? 100만 달러 정도다. 그는 “이걸 차고 나갔을 때 다른 수집가가 보면 ‘5만 달러 정도 하겠네요’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