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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BIE WHELAN from WSJ 패셔니스타라면 건축에도 일가견이 있어야 할까?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그렇게 생각한다. Philip Montgomery for The Wall Street Journal Marc Jacobs’s newly renovated showroom at 72 Spring St. in SoHo. The space will not be open to the public. 그가 창업한 뉴욕 다운타운의 패션 하우스는 스프링 스트릿 72번지에 위치한 본사 건물의 9층 쇼룸 개조공사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고급스럽고 차분하면서도 시크한 현대주의적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다. 작년에 완성되어 다음 달 겨울 패션 위크가 열리는 동안 수백의 방문객을 예상하고 있는 이 공간의 설계는 소호의 새로운 시대를 상징한다. 이곳은 원래 창고와 공장지대였는데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남겨진 폐허같은 이곳에 1970년대 가난한 예술가들이 들어와 갤러리와 부티크들이 들어선 감각적인 곳으로 바꿔 놓았고, 그 이후 오랫동안 유행의 선도자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제이콥스의 개조된 쇼룸은 이곳이 체인형 매장, 고급 패션샵, 월가 은행가들을 위한 값비싼 콘도 등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곳으로 거듭났다는 것과 다시 꾸밈없고 자유분방했던 과거 영광의 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동시에 상기시켜주고 있다. 이번 쇼룸 재설계는 제이콥스의 다른 매장들도 설계했던 스테판 잭클릿쉬가 맡았다. 이 쇼룸은 일반 대중을 위한 매장이 아니라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Marc by Marc Jacobs) 라인에서 나오는 옷, 핸드백, 보석 등의 샘플을 보러 오는 백화점 바이어들을 위한 것이다. 잭클릿쉬는 이 공간 디자인을 가리켜 “전략적 사업 결정”이라 표현했다. Philip Montgomery for The Wall Street Journal The designer’s handbags “9월 완공되었을 때 이곳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똑같은 제품인데도 훨씬 비싸 보였기 때문이다”라고 잭클릿쉬는 말한다. “성공이란 증거다.” ‘고급 건축 인테리어에 투자함으로써 양질의 디자인 일부가 마크 제이콥스 브랜드에 녹아들게 한다’는 디자인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뜻이다. 잭클릿쉬와 관계자들은 고급스런 업그레이드에 들어간 비용에 대한 논의는 거절했지만 비용을 아끼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고급 인테리어 공간의 경우 스퀘어 피트(0.0281평) 당 250달러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Philip Montgomery for The Wall Street Journal Marc Jacobs clothing is displayed on roll-out shelves. 전체적인 인테리어에는 시원한 아쿠아 블루, 스톤 화이트, 그리고 스테인레스 스틸 프레임 유리 등을 사용했고, 아무 무늬없이 심플한 디스플레이 테이블 위로는 할로겐 조명이 매우 기하학적인 형태로 걸려있다. 보석 쇼룸을 둘러싼 유리벽에는 매트한 푸른색의 복잡한 점묘패턴이 (고래를 닮은) 곡선으로 프린트되어 있다. 또한 이 보석 쇼룸에는 잭클릿쉬가 디자인한 달걀 모양의 조각상이 반신상 마네킹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걸고 있는 모습이 마치 미래파의 꿈 속에서 빠져 나온 듯 하다. 메인 디스플레이 공간은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의 1970년 클래식 “암흑가의 세 사람”에 나오는 개방적이고 천장이 높은 쇼룸을 연상시킨다. 밍크를 입은 여성들이 테니스 팔찌를 들여다보고 있을 것만 같이, 관조적이면서도 있는 그대로를 다 드러내고 있는 공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가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어서 안전하다는 느낌이 드는 공간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 마크 제이콥스 쇼룸은 소호의 로프트(다락방) 스타일에 반하는 공간이다. 과거에는 이곳 건물들이 높은 천장과 넓은 창문이 있다는 점 때문에 호기심 어린 눈길의 행인들이 다소 야한 그림이나 값비싼 옷들, 혹은 신식으로 꾸며진 사무공간을 들여다 보기가 좋았다. 쇼룸은 자연채광을 활용하는 한편 시원한 색상과 부드러운 모서리, 그리고 신중하게 고려한 여백 등으로 차분함을 더한다. 쇼룸과 쇼룸이 가진 소호와의 상호작용성은 제이콥스의 커리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1992년 파격적인 “그런지(grunge: 오물, 쓰레기라는 뜻)” 컬렉션을 디자인한 후 페리 앨리스에서 해고되었다가 후에 명품 디자인하우스 루이비통에서 일했으며, 네임 브랜드 디자이너로 명성을 쌓았다. 그가 잭클릿쉬에게 인테리어를 맡긴 매장은 전세계적으로 200개가 넘는다. “우리는 캘빈 클라인이나 알렉산더 왕의 바이어들, 그리고 노드스트롬과 니만 마커스 등과 경쟁하고 있다”고 잭클릿쉬는 말한다. “우리는 그 바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만한 감각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공간에서라면 바이어들이 기꺼이 주머니를 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