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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와 비미식가 커플, 행복할 수 있을까? By ELIZABETH BERNSTEIN by WSJ 지난 가을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케팅회사를 경영하는 킴벌리 찰스(48)는 이탈리아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5온스에 500달러하는 흰 송로버섯을 사 왔다. 남자친구 길리안 맥게라티(49)에게 그것을 보여주면서 버터와 로비올로 치즈 소스에 송로버섯을 뿌린 패터치니 파스타 만드는 법을 설명했다. Kyle T. Webster 하지만 남자친구는 “꼭 박쥐 날개에 묻은 먼지 같은 냄새가 난다”고 시큰둥하게 말했고 킴벌리는 “좀 맥빠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은 커플들이 가장 즐기는 일 중 하나다. 긴장을 풀고 둘만의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재충전 하는 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둘 중 하나는 모험적인 미식가인데 다른 하나는 보다 담백한 입맛의 소유자라면 식사 시간은 ‘함께’가 아닌 ‘따로’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미식가들은 주위 사람들이 새로운 재료나 와인, 요리 등에 눈을 뜨게 해줌으로써 저녁 식탁을 흥미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열정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위화감을 주고 멋대로 남을 판단하며 잘난 체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반면에 자기가 항상 먹던 음식 이외의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비미식가들(non-foodies)은 겁 많고 고집스러우며, 이렇게 말하긴 싫지만 지루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미식가와 비미식가가 사랑에 빠지면 요리와 식사가 언제나 즐겁지만은 않은 경험이 된다. “비미식가는 무시당하거나 심지어 심판을 받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미식사는 중요한 어떤 부분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낀다”고 정신과의사이자 콜럼비아 대 교수, “행복 다이어트(The Happiness Diet)”의 공동 저자인 드류 램지는 말한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둘의 관계에서는 항상 뭔가가 결여된 듯 할 것이다.” 킴벌리의 경우엔 약간의 송로버섯을 남자친구 모르게 쌀밥과 스크램블드 에그에 넣었다. 그리곤 “어때, 향긋한 흙 냄새 같은 게 나지 않아?”라고 물었다. 남자친구가 그렇다고 답하자 그녀는 기뻐서 “송로버섯이야!”라고 소리쳤다. 와인 경연대회에서 심판을 보기도 하는 전직 소믈리에 킴벌리는 레스토랑에서 주문하기 전에 요리사에게 20분간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와인을 양동이에 뱉는 와인 시음 파티를 열기도 한다. 가수 겸 작곡가인 남자친구 맥게라티는 자신은 “고기와 감자만 있으면 되는 남자”라고 말한다. 그는 와인을 뱉지는 않지만, 싫어하는 음식을 냅킨에 뱉기는 한다. 디너 파티에서 처음 담아 온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부엌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음식을 담아온 적도 있다. 여자친구인 킴벌리가 레스토랑에서 불어로 주문할 때는 모욕감을 느낀다고 한다. 최근에 이들 커플은 새로 생긴 인기 레스토랑에서 다른 커플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맥게라티는 근처에 있는 “꽤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음식과 멋진 동행 중 어떤 게 더 중요하냐?”고 그가 묻자 세 명의 동행은 일제히 “음식”이라 대답했고 결국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 이후 이들은 타협점을 찾았다. 킴벌리는 너무 심각하거나 젠 체 하는 미식가 행사에는 그가 가지 않아도 좋다고, 맥거라티는 일단 먹어본 후 불평하기로 한 것. 일리노이 주 위튼에 거주하는 신디(58)와 래리(56) 라이닝 부부는 함께 식사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무엇을 마실꺼냐에서 의견 충돌이 생긴다. 최근에도 연어 데리야키 요리를 먹으면서 부인은 약간 달착지근한 리즐링 와인을, 남편은 우유를 마셨다. 유아특수교사인 신디는 와인의 사교적 측면을 좋아한다. 와인 클래스도 들었고 최근에는 블로그도 시작했으며 남편을 와인 시음에도 데리고 간다. 반면 변호사인 남편 래리는 와인 시음은 괜찮지만 실제로 마실 때는 도수가 높지 않은 맥주를 선호한다. 래리는 최근 와인마다 그에 맞는 잔에 따라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건 다소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한다. 빈티지 와인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라고 아내가 말하면 그는 “좋다,” “아주 좋다,” “싫다” 중 한 가지로 답한다. 그리고 나선 맥주로 입가심을 한다. 래리는 “나는 업무에서도 세부적인 것에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에 업무 외 일상생활에서 긴장을 풀고 쉴 때 만큼은 분석하고 기록하는 일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신디는 가끔은 남편과 함께 와인을 마시고 싶다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래리는 자주는 아니지만 아내가 취해서 일찍 잠자리에 드는 저녁에는 좀 실망스런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둘이 합의한 사항도 있다. 래리 말이 “내가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 만큼은 둘 다 이의가 없다”는 것. 여성전용 웹사이트 몇 곳을 관리하는 한 회사를 공동경영하는 베라 스위니(34)는 자기가 “아이처럼” 먹는다고 표현한다. 거의 치킨과 파스타만 먹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남편은 닭의 심장, 송아지 췌장, 개구리 다리, 달팽이, 염소고기 등을 먹어봤다고 한다. 베라는 “물론 남편은 그냥 먹지 않는다. 내 면전에서 먹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몇 가지 규칙을 세웠는데 ‘인도 음식, 생선, 화이타(냄새를 참을 수 없다고) 등은 절대 먹지말기’이다. 그리고 자기에게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라고 잔소리하지도 말라고 한다. “나는 지루한 내 자신으로 그냥 있고 싶다.” 대부분의 저녁에 베라는 치킨요리를 만들지만 미국 요리, 이태리 요리, 중국 요리, 그리스 요리, 터키 요리, 모로코 요리 등 남편이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가는 적도 많다. 처음 가 보는 레스토랑일 경우 미리 전화해서 로스트 치킨이 메뉴에 있는지 물어본다고. 남편 빌(35)은 동네 남자들끼리 만든 사교 모임에서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을 맛 본다고 한다. 매달 레스토랑 한 군데를 정하는 데 스시, 태국 요리, 아시안 퓨전, 직접 제조한 100가지 맥주가 있는 술집 등 다양하다. 빌은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걸 이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식가냐 아니냐가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니어야 한다. 아내가 나와 같이 장어요리를 먹을건지 아닌지 보다 중요한 건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