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등록 비번분실
주요 메뉴

정홍택의 사랑방 이야기
작성자 dk
작성일 2013-05-17 16:15
홈페이지 http://www.gtech.tv
ㆍ추천: 0  ㆍ조회: 4412      
아버지는 멸종 중인가?

1999년 5월 22일자 타임지는 21세기 100년 동안에 일어날만한 변화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그 중에는 ‘아버지가 공룡의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라는 제목이 있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신생아가 태어나는데 아버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잡지는 <비젼 21 : 우리의 직업, 우리의 세계>라는 표기 하에 당시 화이트칼라 관련 직종이 미국 내 모든 직업의 약 90퍼센트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2-30년 후에는 이 중 90퍼센트가 사라지거나 다른 모양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 보았다. 이어서 새로 생길 인기 직업과 퇴장할 직업을 각각 열 개씩 열거했다.

새 직업들은 무슨 일을 하는 것들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면에 없어질 직업들은 다 금세 알 수 있는 것들, 이를테면 자동차 딜러, 우체부, 보험이나 부동산 중개업자, 교사, 출판업자, 트럭 운전사, 가정부, 감옥의 간수 등등이었고 그 중에 아버지도 끼어 있었다.
‘어, 아버지도 직업인가?”

나는 어이없기도 하고 희한한 느낌도 들어 기사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내용인즉 수정생식을 통하여 종족이 번식될 것이니 아버지로서의 중요한 사역이 하나 없어질 것 같다는 얘기다. 하기야 요즈음 신문, 잡지에서도 심심찮게 그런 기사를 보게 되니 우리는 이미 새 시대 문간에 발을 들여 논 듯싶다. 정자은행이 생겨서 자기가 낳고 싶은 아기의 인종, 성별을 고를 수 있다고 하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고 당사자들이 직접 경매형식으로 사고 팔기도 한단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아버지를 생물학적 관점으로 보는 그 발칙한 발상에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과학이 발전해서 체외수정이 보편화되면 어머니도 이 사회에서 밀려나야만 한단 말인가? 다가 올 미래가 어둡고 두렵기만 하다. 엄마 찾아 삼천리라는 어린이 소설이 있는데 그 아이는 엄마가 밥 먹는데 필요해서 찾아가는 것이 아니고 엄마의 따뜻한 품이 그리워서 모험의 길을 떠난 것이다. 이렇듯 어머니가 자녀들의 포근한 안식처라면 아버지는 멘토쉽의 표상이라고 말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난다는 이야기는 수천 년 전 동양과 서양이 서로 연결되기 전에도 동서양이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로 각각 전해 내려오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

우리 나라 이야기부터 해 보자. 고구려 시조 고주몽의 아들 유리의 이야기다.
주몽이 젊어서 부여 땅에 망명객으로 있을 동안 예씨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어느 날 그는 급히 피신해야 했다. 주몽은 부러진 칼을 모처에 숨겨놓고 배가 불러오는 예씨부인에게 말했다. “아이가 남자고 나이 들어 근본을 묻거든 부러진 칼을 찾아내 그것을 신표로 삼아 내게 오도록 하시요.”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열 달 차서 낳은 아기는 사내였고 세월 따라 어느덧 아기는 소년으로 자랐다. 어느 날 친구들과 활을 가지고 놀다가 잘못 쏘아 물 긷는 아주머니의 물동이를 깨트렸다. 화가 난 아주머니는 아비 없는 후레자식이라고 욕을 퍼부었다. 풀이 죽어 집에 돌아온 아이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의 아버지는 누구이며 어디에 계십니까?”

예씨는 고구려를 창건한 왕이 네 아버지라는 얘기와 그가 남기고 간 말을 들려주었다. “일곱 마루의 일곱 모진 돌 위의 소나무 밑에 아버지가 무엇을 숨겨 놓았다. 찾아 보거라.” 아이는 침식을 잊고 사방을 헤매다 드디어 그 소나무를 찾아 부러진 칼을 꺼냈다. 그 신표를 가지고 수백 리 길을 떠나 마침내 그는 아버지를 만났고 결국 고구려의 2대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다음은 플르타크 영웅전에 나오는 테세우스 왕의 얘기다.

그리스 왕 아이게우스는 자식이 없는 것이 큰 고민이었다. 그는 어느 날 여행길을 떠난다. 고되고 긴 여행 끝에 트로이젠이라는 작은 도시국가에 도착했다. 그 나라의 왕은 큰 연회를 베풀고 그를 만취토록 마시게 한다. 다음 날 아침 깨어보니 한 젊은 여인이 옆에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트로이젠 왕의 딸이었다. 아이게우스 왕은 이 공주를 사랑했다.
어느 날 그는 왕궁 객사를 받치고 있는 섬돌 한 귀퉁이를 들고 그 밑에 가죽신 한 켤레와 칼 한자루를 숨겨 놓는다. 다시 길을 떠나기 전 그는 공주를 데리고 그리로 갔다. “아들을 낳고 그 아이가 근본을 묻거든 아비를 찾아 떠나게 하세요. 이 섬돌 밑에 신표가 있으니 그것으로써 내 아들임을 알리다. 꼭 제 힘으로 꺼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공주의 전송을 받으며 다시 방랑길에 올랐다.

기한이 차 공주는 아들을 낳았고 아들은 나이가 들자 자신의 근본을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왜 전 아버지가 없어요?”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객사로 가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는 장정 몇이 달려들어도 어려울 섬돌을 가볍게 들고는 가죽신과 칼을 꺼냈다. 그리고는 결연하게 아버지를 찾아 떠난다. 후세에 전해지는 용감한 무용담들이 다 바로 그 여정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이다. 모든 난관을 다 물리치고 드디어 그리스에 도착해 아버지를 만나 신표를 보여 주었다. 아이게우스왕은 너무 기뻐 그를 다음 왕으로 책봉했다. 그가 바로 인류 역사상 최초의 민주주의를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행한 테세우스 대제이다.

20세기 자기의 연고를 찾는 이야기로는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를 들 수 있겠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시작해서 조상의 연결고리를 하나하나 더듬어 올라가 아프리카까지 가서 선조의 땅을 찾고 자기의 근본을 알아낸다. 그가 쓴 책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은 바로 그 정신적인 근본을 찾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만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자신의 근본을 물을 때 어머니들은 무어라 대답해야 할까. ‘너는 문명 프로젝트의 한 산물일 뿐이다.’라고 쉽게 대답할 수 있을까? 아버지에 대해 그리고 그 조상들에 대해 들을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을 때 그 아이는 얼마나 허무해 질까?

이렇게 볼 때 아버지는 과거의 궤적이요, 장래의 나침반이다. 만일 아버지가 공룡처럼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우리 인류도 방향을 잡지 못한 배처럼 결국 난파될 것이 분명하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아버지를 지켜서 우리 후손들의 자존과 그들의 앞 길을 밝혀주어야 할 것이다.
 
작성일 본문내용 조회
2013-09-21 (시) 시월이 오면 우리 Cape May에 가요
    시월이 오면 우리 Cape May에 가요 ‘부-웅’ 뱃고동에 여름 작별하는 때 노랑 빨강 단풍 길, 바다 가는 길 손 잡고 달리며 내 할 말 있어요 May I love you forever?   시월이 오면 우리 Cape May에 가요 비인 모래밭 달리는 바람,  겨울의 전령 내 귀에 속삭이는 소라의 사연 속..
3914
2013-09-13 신부 아버지의 고백 (The Confession of a bride's father)
 딸을 데리고 혼인 예식장으로 들어갈 때 나는 정말로 울고 말았다.식장 문 앞, 눈부시게 흰 웨딩 드레스를 입은 그 애가 내 손위에 자기 손을 살짝 얹었다. 딸의 미세한 떨림이 내 손등을 통해 가슴에 와 닿는다. 문이 열리자 웨딩마치가 폭포수처럼 터져 나온다. 비디오 카메라 불빛이 우리 둘을 향해 비치고 양 쪽..
3941
2013-09-05 가을에 읽는 시 세 편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그리운 사람이 보고싶어 지는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어제 한국에 있는 친구가 이멜(e-mail)로 안부를 물으며 편지 말미에 <대추 한 알>이라는 시를 달았습니다. 보통 남의 시(詩) 같은 것은 첨부 파일(Attachment File)로 보내는게 상례인데 이렇게 손수 한 자 한 자 쳐서 ..
3970
2013-08-30 산에 가서 "야호-"하지 마세요
 그 긴 여름의 끝자락이 보이는듯 합니다. 이제 입추가 지냈고 초록 잎들이 검푸른 색을 띠며 단풍을 준비합니다. 의사인 고등학교 동창생이 딸의 혼인식에 초대해 미네아폴리스에 며칠 다녀 왔습니다. 타 주에 사는 동창들도 초대받아 같이 행동하며 다시 고교시절로 돌아간듯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
1 4702
2013-08-22 새벽이슬 풀밭을 맨발로 걸어본 적이 있나요?
       새벽이슬 담뿍한 풀밭을 맨발로 걸어본 적이 있나요?  얼마 전 결심을 하고 아침 일곱 시 반에 동네 공원에서 산책을 하기로 했습니다. 한 열흘을 계속하고 나니 제법 재미도 나더군요.그러던 어느날 특별한 경험을 했답니다.  공원의 풀밭 길에 들어서니 풀들이 밤새 이슬을 맞아 흠..
4030
2013-08-16 (어른을 위한 동화) 파치의 모험
    파치의 모험   I ‘파치’라는 별명을 가진 아기 파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조그만 파리가 옆에 오기만 하면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모두 슬슬 피합니다.  골치가 아파진대요. 워낙 호기심이 많아 이것 저것 눈에 띠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아무에게나 마구 물어보기 때문이죠.  그래서 ..
4058
2013-08-09 시 갖고 장난하기
   며칠 전 짖궂은 제 친구 하나가 넉 줄짜리 시구(詩句)를 주며 이것으로 시(詩) 하나  지어보라고 부탁했습니다. 마음에 들면 점심 한 끼 잘 사겠다는 약속과 함께.   <개미는 구멍찾기 어렵고 새는 둥지찾기 쉽네 복도에 가득해도 스님들은 싫어 않고 하나만 있어도 손님들은 싫어 하..
1 4134
2013-07-26 머스킷 스테이크 그리고 감자탕
 지난 주일 우리 부부는 커넥티컷주에 사는 큰 딸네 집엘 갔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미처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두 손자가 새로운 게임을 배웠다고 우리 부부를 끌어 테이블에 앉히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도전을 합니다. 무슨 놀이인가 했더니 한국의 오목과 비슷한데 종이 위에 판 모양을 조금 바꾸어 그려놓고 &n..
1 4099
2013-07-15 어느 한국 여인의 특별한 인생
 조사 (Eulogy) - 박봉희 권사 Viewing시 여기 주 안에서 매우 크신 권사님이 누워 계십니다. 체구가 커서 크신 분이 아니고, 목소리가 커서 크신 분도 아닙니다. 생전에 자수성가하여 돈 많이 벌어 자선을 크게 한 적도 없으셨고,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르지도 않으셨습니다. 지위라면, 젊었을 때는 초등학교 선생님..
3941
2013-07-06 경제환란의 주범 찾기 (<0>의 이야기)
    아마 요즘처럼 사람들이 만나면 돈 이야기를 많이 하던 때는 과거에 없었을 것이다. 서민들은 몇 십 쎈트를 아끼기위해 할인쿠폰을 가위로 잘라 지갑에 넣고 샤핑을 하는데 매스콤에서 흘러 나오는 월가의  뉴스는 그야말로 별세계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임원들의 년봉은 보통 “0(영零)”이 ..
3804
2013-07-05 바다 위의 뭉게 구름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닷가에 갔다가 바다는 보지 못하고 미술관에 가서 바다를 보았습니다. 여름에는 바다를 한번 보고 와야 제대로 지냈다는 느낌이 들고 해서 올 해도 딸네 식구들과 함께 바닷가엘 다녀 왔습니다. 바다를 보자마자 아이들은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뛰어듭니다. 그렇지만 난 애들과 함께 바..
3934
2013-06-11 자전거 인생
올해로 내 나이 예순이다. 소위 환갑나이다. 왠지‘환갑’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남의 옷 빌려 입은 것처럼 듣기가 거북하다. 나이를 한 해에 두 번 먹은 것도 아닌데 어찌해서 이리 빨리 왔는가. ‘환갑’이라는 인생의 정거장에 서 보니 11월 나목(裸木) 한 그루 외로이 서 있다. ‘퇴직’이라는 종착역이 손에 닿을 듯 ..
4488
2013-06-08 나는 왜 이 사진을 찍었는가
세상에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한 마디로 인생을 구수하게 기술한 명인은 그리 많지 않을듯 하다. 그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명문은 아일랜드의 작가 버나드 쇼 묘비명이다. “우물쭈물하며 살더라니 내 이럴줄 알았지”. 전에도 이 촌철살인의 글을 만난 적이 없지 않았지만 나이 70 고개를 넘어 서니..
4912
2013-05-20 어느 봄 날의 마음산책
창을 여니 봄기운이 한창이다. 뉴스에서는 벗꽃이 만개했다고 보도하며 강변의 봄 축제를 보도한다. 외출을 하고 싶은데 딱히 갈 데가 없다.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를 해 어디든 같이 가서 봄나들이를 하자고 했더니 하나 같이 당장은 안된다고 딱지를 맞았다.이젠 모두 미국생활에 익숙해 져서 친구도 만나려면 미리 ..
5186
2013-05-17 아버지 (II) ---시려운 만남, 그리고 그 언덕을 넘어서
나는 아버지 없이 자랐다. 철이 조금씩 들면서 나는 왜 아버지가 없느냐고 어머니에게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꼭 끌어안고 머리만 쓰다듬어 주셨다. 어린 마음에도 엄마가 내 물음에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후 나는 그런 질문은 다시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 가슴 속에 ..
1 5308
2013-05-17 아버지는 멸종 중인가?
1999년 5월 22일자 타임지는 21세기 100년 동안에 일어날만한 변화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그 중에는 ‘아버지가 공룡의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라는 제목이 있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신생아가 태어나는데 아버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잡지는 <비젼 21 : 우리의 직업, 우리의 세계>라는 표..
4412
2013-05-17 (시) 왜 그랬지, 엄마?
왜 그랬지, 엄마? 세월이 바람이던가?내게 밀려 와서 날 밀치고는 도로 갑버리네.갑버리는 그 바람 타고돗단배 띄어 가면, 가면....울 엄마 계신 곳에갈 수 있을까?엄마랑 두 아들 정릉에 소풍 가서냇물가 바우 위에 보재기 풀어새 빨간 사과 셋돌돌돌 여울물에 씻어 먹었지. 하얀 달걀 입에 무니 노란 보름달 삼 색 ..
3809
123

Copyright © 2005 G Tech Inc. All rights reserved.
WE DELIVER DIGITAL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