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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택의 사랑방 이야기
작성자 Hongtchung
작성일 2013-08-16 17:14
ㆍ추천: 0  ㆍ조회: 4059      
(어른을 위한 동화) 파치의 모험

   
파치의 모험 

 
I

 
‘파치’라는 별명을 가진 아기 파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조그만 파리가 옆에 오기만 하면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모두 슬슬 피합니다.  골치가 아파진대요.
워낙 호기심이 많아 이것 저것 눈에 띠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아무에게나 마구 물어보기 때문이죠.
 
그래서 ‘파리’의 첫자인 ‘파’자와 ‘골치’의 끝자 ‘치’를 합해서 ‘파치’라는 이름이 되었답니다.
파치는 엄마와 같이 살고 있었는데 늙은 개 ‘워리’하고도 아주 친하게 지냈어요.
그 집 주인 아저씨는 워리를 몹시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파리들은 아주 싫어했죠. 심심하면 파리채를 들고
두리번거립니다.
 
엊저녁에 파치 엄마는 그 파리채에 맞아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파치는 아주 많이 많이 슬퍼서 천장 구석에 늘어붙어 밤새도록 울고만 있었어요. 아침 해가 뜨자
주인 아저씨는 워리의 밥 그릇을 마루에 놓고 갔습니다. 워리는 여늬 때 처럼 파치를 불렀습니다.  
 
“파치야, 내려와. 밥 먹자”  
 
워리는 천장에 대고 컹컹 짖으며 파치를 불렀어요.  
 
“나 안 먹을래요. 배 안고파요.”  
 
저 위 천장에서 파치가 말했습니다.  
 
“이 밥 내가 다 먹는다.”
“맘대로 하세요.”  
 
파치는 막 무가내입니다.  
 
“안 먹음 이 담부터 너랑 얘기 안해. 우린 친구도 아냐.”  
 
이 말에 파치는 찔끔했어요.

워리 아저씨마저 친구가 돼 주지 않는다면 파치는 정말 외톨박이가 됩니다.
모두가 골치가 아프다고 슬슬 피하지만 엄마하고 워리는 언제나 친절히 대해 주었거던요.
파치는 세상에 나온지 열흘밖에 안됐어요. 아직도 설흔 날을 더 살아야하는데 친구 하나 없이

어떻게 혼자 살아요.
 
“알았어요 아저씨. 지금 내려 갈께요.”  
 
마지못해 파치는 천장에서 부-웅 날아 워리 밥통에 살짝 앉았습니다.

마주 앉아 파치와 워리는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파치는 먹는 방법이 워리와 다릅니다.

파치는 원래 입이 없어요. 입이 있을 자리에 길다란 대롱이 나와있고 이 대롱으로 끈적끈적한 침을 밥에

토해 놓지요. 그 침에 음식이 삭아 물같이 되면 대롱으로 쪼옥 빨아서 먹죠.  
오늘 아침 파치는 배가 뚱뚱해 지도록 먹었어요. 이제부턴 안 먹고도 세 밤은 넉넉히 견딜 수 있습니다.
배가 부르니 파치는 또 궁금한 게 생겼어요.  
 
“워리 아저씨.”  
 
워리는 ‘이 애가 또 시작하는군.’ 생각하며 파치를 내려다 봅니다.  
 
“왜 주인은 워리 아저씨에겐 밥을 주고 우리 파리들은 죽이나요?”
”어, 그건…..”  
 
어려운 질문에 워리 아저씨는 잠시 생각에 잠김니다.  
 
“그건 말이야. 난 사람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해주거던. 집도 지켜주고 위험할 땐 우리가 죽더라도
주인을 구해내지. 내가 젊었을 때 말야…..”  
 
워리가 신이 나서 자기 무용담을 시작하자 파치는 재빨리 그 말을 끊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백 번도
더 들었거든요.  
 
“우리 파리는 좋은 일을 안하나요?”
“글쎄. 별로 생각이 나지를 않는구나.”
“우리도 좋은 일 하는 것 있을 꺼예요.”
“그게 뭘까? 생각나면 말해보렴.”
”아침이 되면 우리가 제일 먼저 일어나 사람들 얼굴에 날아가 키스해 주며 깨워주거던요.”
“사람들은 키스를 좋아하지만 너희들 키스는 싫어한단다 .”
“왜요?”
“너희들은 사람에게 병을 옮겨 주기때문이지. 가령 콜레라 같은 병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거던.”
“그럼 안 옮겨 주면 될 것 아녜요?”
“그럴 수가 없지. 네 다리를 보렴.”  
 
파치가 앞 다리를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다리의 빳빳한 털 사이에 아주 조그만 병균들이 우글우글 붙어
있쟎아요. 다리들을 비벼도 보고 흔들어도 보았습니다. 몇마리는 떨어져 내렸지만 균들은 더욱 단단히
꼭꼭 붙습니다.  
 
“그 봐라. 안 떨어지지? 그게 문제야.”  
 
워리 아저씨는 안됐다는 얼굴로 파치를 내려다 봅니다. 그러자 파치는 화가나서 소리를 쳤습니다.  
 
“그럼 저 꿀꿀이 돼지 아저씨는 무슨 일을 하나요? 먹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안하쟎아요?.”  
 
이 물음에 워리 아저씨도 바로 대답을 못하고 꿍꿍대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답이 생각났습니다. 너무 신나
컹컹하고 큰 소리로 짖으며 말했습니다.  
 
“저 돼지는 말이다. 그래 그래. 이제 생각난다. 죽어서 좋은 일을 하는 거야. 죽으면 좋은 살코기를 사람에게
주거든.”
“그럼, 우리 파리는 아무 것도 좋은 일 하는 거 없어요? 죽어서두요?”  
 
워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파리가 좋은 일하는 게 생각나지를 않습니다. 워리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파치는 또 물었습니다.  
 
“아무 것도 남에게 좋은 일 할 수 없음 이 세상에 살 필요가 있나요?”  
 
이 물음에도 워리는 대답을 못하고 멀거니 파치만 바라봅니다. 마주보는 파치의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파치는 정말 정말 슬펐어요.  
 
“잉 잉. 난 세상에서 쓸데없는 못난이야. 나도 엄마 따라 가고싶어. 잉 잉.”  
 
워리도 슬펐어요. 단지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좀 더 생각해 보자. 하나님이 널 지으셨을 땐 그래도 이유가 있을거야. 틀림없이”
“있긴 뭐가 있어. 내가 없어지면 다 좋아할텐데.”  
 
눈물이 파치의 두 뺨을 흘러내립니다. 파치는 무슨 결심을 한 듯 입을 꼭 다물고 공중으로 부웅 날아올랐습니다.
공중에서 잠간 서 있다가 저 문 있는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두 눈을 꼭 감고 전속력으로 날아갑니다.
‘저 문에 온 몸으로 꽝 부딪히면 난 끝장이겠지. 그럼 엄마있는데로 갈 수 있을거야. ‘  
 
“파치야. 파치야. 안돼! 그럼 안돼!”  
 
워리는 밑에서 컹컹 짖으며 날아가는 파치를 급히 따라 갔어요.  
그때였습니다. 주인이 무슨 볼일이 있었던지 급히 문을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눈을 꼭 감고 문을 향해 내닺던 파치는 주인이 문여는 바람에 부딪히지를 못하고 밖으로 나오게
되었어요. 곧 바로 문이 닫히는 바람에 워리는 나올 수가 없었답니다. 안에서 안타깝게 컹컹거리며 문만
긁어대고 있었어요.  
 
“아야, 밝아. 너무 밝아. 눈이 빠지는 것 같아.”  
 
밖으로 튀어나오자 밝은 햇빛 때문에 파치는 정신을 잃은채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II
 
얼마가 지났을까…… 파치는 정신이 들며 눈을 떳습니다.  
 
“어 여기가 어디야”  
 
그 곳은 조그만 연못가였어요. 한낮인가봐요. 사방이 조용하기만 합니다. 매미만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요. 파치의 입과 목이 바짝 타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물에 다가서서 물을 빨아 먹었습니다.
한참 먹다 보니 물속에서 누가 파치를 빤히 올려다 봅니다. 새까맣고 큰 눈을 가진 괴물이었습니다.  
 
“엄마, 무서워”  
 
겁이 나서 달아나려고 두 날개를 폇습니다.
그랫더니 물속의 그 놈도 겁에 질린 얼굴로 날개를 폅니다.  
 
“아, 이게 바로 나였구나.”  
 
파치는 물에 비친 자기를 자세히 뜯어 보았습니다.
시꺼먼 몸, 빳빳한 털이며 아무리 보아도 예쁜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는 거얘요. 앞발을 물 속에 넣어
발에 붙은 작은 균들을 씻어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럴수록 그 작은 놈들은 더 찰삭 붙어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너희들도 나와 똑같이 쓸데없는 놈들이로구나.”  
 
파치의 얼굴에선 이제 눈물도 흐르지 않았습니다.  
 
“너희들도 나랑 같이 죽어버리자. ”  
 
하얀 구름 저 너머에는 엄마가 있겠지. 파치는 높이 높이 솟아 올랐습니다. 햇님 있는데까지 날아가면 우린
타 죽겠지. 그럼 난 엄마를 만날 수가 있을꺼야. 눈을 감고 날아 올랐습니다.   “아 얏!”   머리에 무엇이 꽝
부딪혔습니다.
 
‘하늘 끝 인가보다.’ 
 
파치는 몸을 돌려 발 끈끈이로 그 하늘에 착 붙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그것은 하늘이 아니라 커다란
해바라기의 높이 달린 이파리였어요.  
 
“잎이 높이도 달렸네.”  
 
파치는 이파리 위쪽으로 기어 올라가 눈을 감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아무 것도 먹지않고 가만히 앉아 있자. 인제 난  잡아먹혀도 겁나지 않아.’  
 
서쪽 하늘에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습니다. 바람이 싸늘해 졌습니다.  풀벌레들이 하나 둘 나와서
각종 악기로 음악을 연주합니다. 음들은 파치 귀를 스치며 하늘 멀리멀리 살아져 갑니다. 이슬이 몸을 다
적셔도 상관이 없었죠.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먼동이 트고 햇님이 방긋 떠 올랐습니다. 해가 아침인사를 해도, 서산에 넘어가며
작별인사를 해도 모두 파치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조용히 눈을 감고 앉아있기만 했어요.  
하루가 가고 또 다른 하루가 오고 세번째 밤이 지나갑니다.
 
파치의 정신은 점점 희미해져 갔어요. 날개는 축 쳐졌고 다리는 더 이상 몸을 받쳐주지를 못합니다.
날개를 요 삼아 그 위에 누워서 엄마 얼굴을 떠 올립니다. 워리 아저씨의 걱정스런 얼굴도 보입니다.
김이 무럭무럭나는 밥통도 생각났습니다. 그래도 파치는 움직이지 않았어요.  
 
‘죽어버리자. 내가 없어지면 다 좋아 할 꺼야. 좋은 일 할 수 없는 난 살 필요가 없어.’
 
드디어 파치는 그 높은 해바라기 이파리 위에서 밑으로 몸을 내 던졌습니다. 정신을 잃었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요.


쓰러져 있는 파치 옆으로 지렁이가 지나갑니다.  
 
“이거 맛있는 먹이 같은데… 아이구 따거워. 온통 몸에 까만 가시가 나있네.”  
 
지렁이는 고개를 흔들며 제 갈길로 갔습니다. 조금 있다가 개미떼가 지나갑니다.  
 
“얘들아 이 놈을 우리 굴로 가져갈까? 겨울동안 잘 먹겠는데.”  
 
일 개미 대장이 말했어요.  
 
“안돼요. 대장님. 이놈을 가져가려면 우린 대문을 다시 크게 만들어 달아야 해요.”  
 
 개미들도 그냥 갔습니다.  

III  
 
“붕-붕”
 
꿀벌이 날아 갑니다. 지나다가 저 아래 파치가 누워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려가 보니 아주 못생긴 놈이긴
했지만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에 귀를 대 보니 아직 살아있었습니다. 꿀벌은 파치의 길다란 입 대롱에 
자기 입을 대고 꿀을 조금 밀어 넣어 주었습니다. 맛있고 향기로운 꿀이 입 속에 들어오자 파치는 조금씩 정신이
돌아옵니다. 눈을 반쯤 뜨고 사방을 살피니 거기 꿀벌이 걱정스레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천사인가요? 여긴 천국인가요?”  
 
파치가 아주 기운 없는 소리로 꿀벌에게 말했어요.  
 
“천사? 내가 천사냐고? 하하하. 야, 이 놈 되게 웃기네. 살려줬더니...츳츳. 이거 미친 놈 아냐. 암튼 난 간다.
잘 있거라.”  
 
부웅 날아가려는 꿀벌을 파치는 꼭 잡았습니다.  
 
“아저씨, 그냥 가심 안돼요.“
"아저씨? 점점 이상한 소리만 하네. 아저씨라니. 내가? 생전 첨 들어보는 소리네. 넌 대체 몇 살이냐?”
“세상에 나온지 열흘하고 사흘 지났으니까 열세살요.”
“그럼 나랑 동갑이네. 우리 친구하자. “  
 
그래서 파치와 꿀벌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파치는 또 물어보고 싶은 맘이  생기는 거 였어요.  
 
“꿀벌아, 너는 좋은 일 하는 거 있니?”
“좋은 일? 나야 좋은 일 많이 하지. 꽃에서 꿀을 따다가 여왕님께 바치고 또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거던.”
“꿀은 꽃에서 훔쳐 오는거니?”
”아냐. 우린 꽃에게도 좋은 일을 한단다. 꽃은 우리에게 꿀을 주고 우린 꽃가루를 다리에 뭍혀서 이 꽃 저 꽃에
옮겨 주거던. 그래야 꽃은 씨를 맺을 수가 있단 말이야.”  
 
파치는 또 슬퍼집니다. 꿀벌도 남에게 아주 좋은 일을 하면서 살쟎아요.  
 
“난 아무 것도 남에게 좋은 일 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난 살고 싶지않아. 잉 잉.”  
 
단 한 번이라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파치는 말했습니다.
사연을 다 듣고 난 꿀벌은 파치를 위로를 해 주고 싶은 맘이 들었어요.  
 
“그럴리가 없어. 우린 모두 다 서로 도와 주고 도움을 받으며 살게 되어있거든. 우리 찾아보자. 네가 세상에
사는 이유도 꼭 있을거야. “
 
꿀벌은 하늘을 쳐다 봅니다. 한낮이 기울어져 갑니다.  
 
“그나 저나 우선 먹어야지. 자! 나하고 같이 꽃밭에 가자. 꿀따는 법과 꽃가루 나르는 일을 가르쳐 줄께.”  
 
꿀벌이 부웅 날아 올랐습니다. 파치가 따라 가려고 하니 날개가 마음대로 흔들어 지지를 않아요.
사흘을 굶었거던요. 꿀벌은 돌아와 파치를 등에 업었어요. 끙끙대며 꿀벌은 아주 어렵게 날아올라 꽃밭을
향해 갑니다.  
 
그 때였습니다.
파치의 머리에 삐죽 나와있는 두개의 안테나에 아주 급한 위험 신호가 전해옵니다. 저 위 어디선가 파리 채가
날아오는 것 같은 무서운 소리가 났어요. 처음에는 까만 점 같은 것이 내려 오는가 했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둘을 향해서 쏜살같이 내려오는 것이었어요. 새까만 몸에 햐얀 입부리를 쫘~악 벌리고.  
 
“아, 안돼!”  
 
꽥 소리지르며 파치는 여섯 다리로 있는 힘을 다해 꿀벌을 차 버렸습니다. 꿀벌이 저만치 나가 떨어지는 순간,
까마귀는 ‘쉬익’소리 찬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갔어요. 채 피하지 못한 파치는 그만 꼬리를 까마귀의 입에
먹혔답니다. 까마귀는 다시 하늘로 치 솟았습니다.  
 
“퉤. 퇘. 파리 똥이쟎아. 에이 더러워.”  
 
까마귀는 공중에서 침을 탁탁 뱉으며 멀리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꿀벌을 잡아 먹으려다 파리의 똥을
먹었쟎아요 글쎄.  

까마귀에게 밑을 떼어 먹힌 파치는 땅에 떨어지며 정신을 잃었습니다. 잘려나간 자리에서 하얀 피가

흘러 나옵니다.
꿀벌이 파치에게로 달려 왔습니다. 파치는 뒤집어져서 힘없이 다리만 허우적 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꿀벌은 입에서 밀납을 내서 파치의 밑을 막아 지혈을 시켜주고 다시 꿀을 먹여주었습니다.   얼마 후 파치는
정신이 드는 듯 했습니다.  
 
“꿀벌아, 나 아직 살아있는거니?”  
 
꿀벌은 파치 입에 계속 꿀을 넣어주며 대답해 주었어요.  
 
“그럼. 네가 날 살리려다가 이렇게 다쳤단다.”
“내가 널 살려줬다고?”
“그럼, 그럼. 넌 날 구해주고 대신 네가 죽을 뻔 했어. 많이 아프지?”
“밑이 빠진 것같이 아프지만 괞챦아. 내가 좋은 일을 한거 맞지?“  
 
꿀벌은 파치가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까마귀의 뱃속에 들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너무 고마워 파치의
손을 힘있게 쥐었어요. 그랫더니 파치는 잡힌 손을 움추립니다.  
 
“안돼, 꿀벌아. 내게 손대지 마. 거기 균들이 우글거려. 네게 옮길라.”
“뭐가 있다고 그래. 아무 것도 없는데.”  
 
꿀벌의 말을 듣고 파치는 앞발을 들어 자세히 들여다 보았어요. 정말 아무 균도 없쟎아요.
 
‘분명히 다리에서 우글거렸는데…..’
 
다시 또 봐도 온 몸이 깨끗하기만 합니다.
 
“균들이 많이 붙어있었는데.....”  
"하하하."
 
꿀벌은 깔깔 웃으며 다가와 파치의 손을 잡고 이야기 합니다.  
 
“난 알아! 그 균들이 왜 없어졌는지. 햇님때문이야. 햇님은 모든 균을 죽여주지. 너도 햇님 아래서

밝게 살면 그까짓 균 걱정할 필요가 없어.”  
 
파치는 너무 기뻤습니다. 햇님 있는 세상이 이렇게 좋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꿀벌은 다시 말했습니다.  
 
“이젠 너도 꽃에 가서 그 대롱 입으로는 꿀을 빨아 먹고 다리로는 꽃가루를 뭍혀 이 꽃 저 꽃 옮겨주며
좋은 일을 해 줄 수 있어. 이젠 깨끗하쟎아.”  
 
꽃밭에 도착하자 꿀벌은 꽃들에게 파치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꽃이 말합니다.  
 
“안녕. 파치야. 내 꿀을 마음껒 먹으렴. 그리고 열심히 돌아다녀 줘.”  
 
나비도 와서 인사를 합니다.  
 
“안녕. 파치야. 우리 모두 같이 사이좋게 살자. ”  
 
그 날부터 파치는 꽃밭에 살며 꽃들과 꿀벌과 나비하고 친구가 되었습니다.
꿀도 먹고 서로 도와주며 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IV  

 
이것이 ‘집파리’ 파치가 ‘꽃파리(Flower Fly)’가 된 이야기랍니다.  
 
여러분도 꽃밭에 가면 꽃파리를 만날 수 있어요.
꽃파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마 깜짝 놀랄꺼얘요. 아주 예뻐졌거던요. 어느새 몸에는 꿀벌처럼
노란 황금 줄이 생겨났답니다. 좋은 음식을 먹고 남을 도와 주려는 착한 생각만 하기 때문인가봐요.  
 
꽃파리를 만나면 꼭 이렇게 물어보세요.
 
“너 파치를 아니?”
 
그럼 꽃파리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그럼요. 우리는 모두 파치 할아버지의 후손들이예요. 파치 할아버지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행복하게
산답니다.”
 
 

----끝---  
 
 
참 고 :
(1)  꽃파리의 학명 : Eristalis tenax
(2)  파리는 그 만한 크기의 날아다니는 곤충 중에서 가장 빠릅니다. 보통 파리들은 일초에 두 날개를
      400번 정도 펄떡이며 날아다닙니다. 그러나 급할 때는 일초에 1,000번까지 흔들 수 있죠. 그 때는
      시속 45mile까지 빨리 난답니다. 비록 잠시 짧은 거리 밖에 갈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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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고 싶어 바닷가에 갔다가 바다는 보지 못하고 미술관에 가서 바다를 보았습니다. 여름에는 바다를 한번 보고 와야 제대로 지냈다는 느낌이 들고 해서 올 해도 딸네 식구들과 함께 바닷가엘 다녀 왔습니다. 바다를 보자마자 아이들은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뛰어듭니다. 그렇지만 난 애들과 함께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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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자전거 인생
올해로 내 나이 예순이다. 소위 환갑나이다. 왠지‘환갑’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남의 옷 빌려 입은 것처럼 듣기가 거북하다. 나이를 한 해에 두 번 먹은 것도 아닌데 어찌해서 이리 빨리 왔는가. ‘환갑’이라는 인생의 정거장에 서 보니 11월 나목(裸木) 한 그루 외로이 서 있다. ‘퇴직’이라는 종착역이 손에 닿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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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8 나는 왜 이 사진을 찍었는가
세상에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한 마디로 인생을 구수하게 기술한 명인은 그리 많지 않을듯 하다. 그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명문은 아일랜드의 작가 버나드 쇼 묘비명이다. “우물쭈물하며 살더라니 내 이럴줄 알았지”. 전에도 이 촌철살인의 글을 만난 적이 없지 않았지만 나이 70 고개를 넘어 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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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0 어느 봄 날의 마음산책
창을 여니 봄기운이 한창이다. 뉴스에서는 벗꽃이 만개했다고 보도하며 강변의 봄 축제를 보도한다. 외출을 하고 싶은데 딱히 갈 데가 없다.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를 해 어디든 같이 가서 봄나들이를 하자고 했더니 하나 같이 당장은 안된다고 딱지를 맞았다.이젠 모두 미국생활에 익숙해 져서 친구도 만나려면 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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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7 아버지 (II) ---시려운 만남, 그리고 그 언덕을 넘어서
나는 아버지 없이 자랐다. 철이 조금씩 들면서 나는 왜 아버지가 없느냐고 어머니에게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꼭 끌어안고 머리만 쓰다듬어 주셨다. 어린 마음에도 엄마가 내 물음에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후 나는 그런 질문은 다시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 가슴 속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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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7 아버지는 멸종 중인가?
1999년 5월 22일자 타임지는 21세기 100년 동안에 일어날만한 변화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그 중에는 ‘아버지가 공룡의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라는 제목이 있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신생아가 태어나는데 아버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잡지는 <비젼 21 : 우리의 직업, 우리의 세계>라는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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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7 (시) 왜 그랬지, 엄마?
왜 그랬지, 엄마? 세월이 바람이던가?내게 밀려 와서 날 밀치고는 도로 갑버리네.갑버리는 그 바람 타고돗단배 띄어 가면, 가면....울 엄마 계신 곳에갈 수 있을까?엄마랑 두 아들 정릉에 소풍 가서냇물가 바우 위에 보재기 풀어새 빨간 사과 셋돌돌돌 여울물에 씻어 먹었지. 하얀 달걀 입에 무니 노란 보름달 삼 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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