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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택의 사랑방 이야기
작성자 Hongtchung
작성일 2013-08-09 12:13
ㆍ추천: 0  ㆍ조회: 4134      
시 갖고 장난하기
 
 
며칠 전 짖궂은 제 친구 하나가 넉 줄짜리 시구(詩句)를 주며 이것으로 시(詩) 하나
 
지어보라고 부탁했습니다. 마음에 들면 점심 한 끼 잘 사겠다는 약속과 함께.

 



<개미는 구멍찾기 어렵고

새는 둥지찾기 쉽네

복도에 가득해도 스님들은 싫어 않고

하나만 있어도 손님들은 싫어 하네.>

 

 

아무리 보아도 네 행(行)이 따로따로 놀고, 도무지 내용의 연결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 날도 점심 후 산책시간이 되어서 동네공원에 갔습니다. 

푸른 하늘, 흰 구름, 초록의 나무들, 그 사이로 난 길다란 산책 길, 매미 소리.....

 

수수께끼 시구를 생각하며 한참을 걷고 있는데  뺨을 스치는 바람이 스산하고 이상합니다.

뚜둑 뚝뚝 빗방울이 뜯기는듯 해서 나뭇 잎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조금 전 파란 하늘은 사라지고 검은 구름 성난 얼굴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하늘이 캄캄해지며 천둥 번개 바람을 동반한 무서운 순간이 나를 덮쳤습니다. 

공원 속이라 어디 피할 곳도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조그만 쉘터를 찾아 우선 몸을 피했습니다.

시구고 뭐고 다 잊었습니다. 이미 머리에서 발까지 다 젖었고 옷은 내 몸에 찰싹 붙었습니다.

신발에 붙었던 꺼멓게 젖은 흙은 이제 운동화에서 하얀 양말로까지 밀고 올라왔습니다.

'에라 그냥 가자', 나는 소나 속을 동화 속 아이처럼 뛰었습니다.
 
 


 



 

집에 와, 다 벗고 샤워하고 새 옷 입고 창 밖을 보니 어느새 하늘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아! 그런데........

내 마음 속에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지체없이 노트북을 꺼내 휘갈겼습니다. (물론 나중에 수정은 했지만....)


쏘나기 천둥번개 세상을 쓸고간 후

발밑의 개미는 찾아 헤매고

나무위의 둥지는  의연히 남았구나

불도(佛徒)들의 흙 발자욱, 복도에 가득해도

걸레든 스님 얼굴 환한 미소 그치쟎네
 

절아래 냉면집, 손님으로 그득한데

많은 면가락 머리칼 하나

손님은 화가나서 소리쳐 쥔 부른다
 
마음 속 천둥번개 계속 치고 있구나
 
 
친구에게 이 시를 주고 점심 한 그릇 잘 얻어먹었습니다.



 

 
이름아이콘 차문환
2013-08-23 10:14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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