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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택의 사랑방 이야기
작성자 Hongtchung
작성일 2013-07-05 11:53
ㆍ추천: 0  ㆍ조회: 3934      
바다 위의 뭉게 구름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닷가에 갔다가 바다는 보지 못하고 미술관에 가서 바다를 보았습니다. 

여름에는 바다를 한번 보고 와야 제대로 지냈다는 느낌이 들고 해서 올 해도 딸네 식구들과 
함께 바닷가엘 다녀 왔습니다. 바다를 보자마자 아이들은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뛰어듭니다. 
그렇지만 난 애들과 함께 바로 파도에 달려들어 마음놓고 안길 수가 없었습니다. 바다와 나 
사이에 너무나 많은 장애물들이 널려 있었기 때문이죠. 수 많은 인파, 알룩달룩한 파라솔과
큰 수건들, 아슬아슬하게 가린 여체들, 마구 떠들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젊은이들,…. 

이 곳에 오기 전 머리 속에서 그려보던 바다 풍경 속에는 이런 장애물들이 있지 않았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 줄지어 밀려오는 파도, 끼룩 끼룩 갈매기의 비상……이런 
원초적인 것들만 그리던 내가 수많은 사람들과 잡음때문에 잠깐 혼란을 일으켰나 봅니다. 
그렇다고 이런 것들이 아주 싫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죠. 오히려 그들 속에 자리잡고 나서 
이웃과 함께 어울려  농담을 즐기며 젊음의 향연을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빠알갛게 탄 피부로 백사장을 나올 때, 마음은 아직도 허기진 채였습니다. 바다와 
나만의 시간은 없을까,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가 아무리 하객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그들의 
마음은 둘 만의 시간을 갈망하듯이 말입니다. 

저녁 먹고 local 신문을 뒤적이다가 근처 미술관에서 화가 와이어스 (N. C. Wyeth)의 그림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전시 그림 중에는 유명한 ‘거인(Giant)’이라는 
그림도 들어 있었구요.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 바로 옆에 있었던 것입니다. 

다음 날 식구들 모두 다 바닷가에 보내고 나는 그 미술관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림 속에는 여섯 명의 아이들이 여름 해변가에서 모래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 넓은 모래밭이 
이들의 독무대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던 각양 포즈로 하나같이 수평선 쪽 하늘을 쳐다보고 있어서 
그들의 얼굴이나 앞 모습은 볼 수가 없습니다. 대신 우리의 시선도 그 애들을 따라 수평선 너머 
하늘을 보게 됩니다. 
넓고 푸른 하늘에는 하얀 뭉게 구름이 높이 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뭉게 구름은 큰 거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 구름 사람은 길다란 몽둥이를 어깨에 메고 수평선을 밟고 하늘을 가로 질러 성큼성큼 
걸어 갑니다. 수 천년 전 호머 라는 시인이 읊었던 오뎃세이 신화 속의 거인입니다. 밤 하늘에나 보이던 
전설 속의 세계가 아이들에게는 햇볓 쨍쨍한 여름 해변 하늘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어렸을 때 여름 뭉게 구름을 바라 보며 꿈꾸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도 어렸을 때 여름방학이면 가던 시골 외가의 추억이 있습니다. 모두들 논 일 밭 일 나가고 나만 홀로 
집에 남아 있던 어느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누렁이 개는 더위에 지쳐 그늘 찾아 늘어져 자고있고, 
시간조차 더위에 정지된 것 같았습니다. 매미만이 힘차게 울어대는 그런 한 낮이었죠. 
친구도 없고 할 일도 없고해서 큰 나무 그늘 밑 멍석에 누웠습니다. 멍한 눈으로 하늘 뭉게 그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구름들이 내 생각하는 대로 벼라 별 모양으로 변해 갑니다. 사람 얼굴도 되었다가 독수리 날아가는 
모양도 되었다가 곰도 되고 개도 됩니다. 스르르 잠이 들면 살랑살랑 산들바람이 이마의 땀을 닦아 줍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 여기서도 구름은 변함없이 하늘 무대에서 곡예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해질 녁 바닷가 서쪽 하늘은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시선을 내려 주위를 돌아 봅니다. 식구 중 구름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군요. 어른들은 살아가는 얘기에 정신을 빼앗겼고 여덟 살의 큰 손자는 손바닥 속 
전자게임에 열중해 있는가 하면 다섯 살 둘째는 색연필로 우주선 그리기에 바쁩니다. 

나는 둘째 놈에게 다가가서 구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야 저 구름 좀 봐라. 뭐 같이 생겼지?” 
이 놈은 고개도 들지 않고 건성대답을 합니다. 
“몰라요 (I don’t care).” 
사실 요즈음은 애들도 바쁩니다. 공부, 운동은 잠깐 제치고라도 전자 Game, Card 놀이, 비데오 영화 등등이 
주위에 널려있어 하늘 쳐다 볼 시간이 없는 듯 합니다. 

너무 많은 물건에 둘러 싸여 하늘을 쳐다 볼 수 없는 이 애들, 장난감 하나 없어 구름과 놀던 나, 그 둘 중 
누가 더 마음의 부자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여간 나는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닷가에 갔다가 그리워하던 바다는 보지 못하고 미술관에 가서야 애인 같은 
바다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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