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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보고 바보란다. 예수얼굴을 그림으로 그렸는데 정말 바보같다. 멍청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눈은 공포에 떨고 있으며 벌어진 입 사이로는 엉성한 이가 보이는가 하면 뺨 위로는 빨간 눈물이 한 방울 내려오고 있다. 김병종 화가의 그림이다. 그는 미친 화가인가? 그는 현재 서울대 미술대학의 교수로 있으면서 서울대 미술관장이란 직도 그는 반(反)기독인인가? <바보 예수> 연작으로 한국의 ‘기독교미술대상’을 받은 사실은 그가 신실한 기독교인임을 증명한다. 그는 한국인인가? 사람들은 이 연작의 그림들을 <현대적 한국화>라고 부른다. 한지를 비롯해 한국화의 자료와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세계를 품는 현대적 예수를 그렸다. 이런 점을 높이 사서 대영박물관, 온타리오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들은 그의 그림들을 구입해 상설 전시하고 그는 왜 예수를 바보라고 부르는가? 예수는 우주를 심판할 힘과 지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라는 조그만 별에서 벌레같이 사는 인간들의 생명을 자기 것과 맞바꾸려고 그 힘과 지혜 쓰기를 포기하고 맞아죽었으니 어찌 바보가 아닌가. 1980년대 초 <바보 예수>의 첫 전시회가 열렸을 때, 미술 전문가들은 비웃었고, 기독교인들은 욕을 했다. 평론가들은 “뜬금없이 동양화로 웬 예수냐?” 하며 비아냥거렸고, 기독교인들은 떼를 지어 <예수모독, 기독모욕!> 피켓을 들고 전시장 앞에서 입장객을 가로막았다. 그런 와 중에 그는 큰 교통사고를 당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하여 생사의 경계를 헤매는 신세가 “거 봐라….”하는 소리가 기독교인들에게서 나왔다. 당시를 회상하며 화가 김병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 남몰래 흘린 나의 속 깊은 눈물을 예수 그 분만은 알고 계셨다고 국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때, 연작 <바보 예수>그림들은 서울을 출발하여 일본, 영국, 독일, 헝가리, 폴란드, 미국으로 숨가쁘게 돌며 수많은 서구인들을 감명시키고 있었다. 새로운 기법 (한국화 기법)으로 그 누구보다도 심오하고 처연하게 인간 예수를 그려냈다는 화평이 국제 미술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렇게 말한다. “그의 그림은 마치 감동적이고 충격적인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최태만 미술 평론가는 “그 평범하고 못생긴 사내의 얼굴 속에 담겨진, 인간을 향한 눈물겹도록 뜨거운 애정과 신뢰, 우수와 번민,고통과 좌절, 희망, 분노와 연민 등을 자유분방한 필치와 과감한 생략과 과장 등의 형식 속에 담아 그렸다”고 평했다. 그렇다. 168페이지에 달하는 화집 <바보 예수>는 아무 페이지의 그림이라도 가만히 뜸들여 보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이 촉촉히 젖어온다. 화가의 믿음을 통해 예수의 마음으로 연결이 되나보다. 이 예수는 한국을 사랑하사 한국사람의 모습으로 한국을 찾아오신 바로 그 서민 예수의 모습이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만날 수 있는 그런 <보통 사람 예수>가 우리들 중에 지금도 살고 계시다는 뜻이리라. 깊은 기도와 눈물로 그린 <바보 예수>의 그림을 보며 이 기회에 우리 한국 사람들도 종교화에 대한 심미안을 고양시켰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 첫걸음으로 서양 무명 작가가 그린 <미남 예수>의 복사판을 집에서 추방했으면 한다. 파란 눈, 높은 코의 서양미남 예수는 전혀 성경적이지도 예술적이지도 않다. 한마디로 그건 전혀 예수가 아니다. 시골 이발소에나 달아놓을 삼류 초상화다. 그런 그림이 버젓이 교인 가정집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얼굴이 뜨뜻이 달아오르고 민망해지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