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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택의 사랑방 이야기
작성자 Hongtchung
작성일 2017-02-09 11:28
ㆍ추천: 0  ㆍ조회: 9089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마른 하늘에 벼락치듯 깜짝 놀랄 뉴스들이 매일 터져나온다. 가끔 나는 ‘여기가 내가 살던 그 지구 맞아?’
자문자답해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쌩퉁맞게도 희망가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니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중에 다시 또 꿈같구나
담소화락에 엄벙덤벙 뉴스보기에 골몰하니
세상만사를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192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라는데 그 이후 백 년 가까이 수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리바이벌해 부르고 또 부른다. 
저마다 기분대로 조금씩 가사를 바꾸는데, 이것 저것 비교하며 듣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슬비에 속옷 젖는다고 자꾸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덧 가사가 외워지고 작사자의 마음이 진하게 전해온다. 
나는 가사 중 ‘주색잡기’를 ‘뉴스보기’로 바꾸어 보았다. 가수 장사익이 부르는 것을 들어보니 그도 중간에 흥을 
돋구는 구절을 삽입해 자기만의 노래를 만들었다. 
 
그렇다! 저 노인은 가는 길을 안다.
끝내 흙으로 돌아가는 길을 안다.

하고는 첫 구절로 다시 돌아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노래와 어깨춤으로 무대를 한 바퀴 도니, 그 큰 홀이 황홀의 도가니로 변한다. 그런가 하면 여가수 유지나는 이렇게 노래의 끝을 맺었다. 

반 공중에 둥근 달 아래 갈길을 모르는 저 청년아
부패사업을 개량토록 인도하소서

마치 지금 우리 현실을 그린 듯 하다. 나는 장사익의 “저 노인은 가는 길을 안다”와 유지나의 “갈길을 모르는
저 청년아” 를 합쳐서 노인과 청년이 정답게 마주 앉아 대화하는 장면으로 그려본다. 

노인들은 긴 세월 살아오면서 ‘인생이란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는 절대진리를 몸으로 체득했다.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손잡고 알려줄 수는 없을까. 지금은 단절의 시대라고 한다. 젊은이들은 귀를 막고 소리지른다. 
그렇다고 노인들이 ‘너희들이 촛불집회를 여니, 우리는 태극기 집회를 열겠다’식으로 맞불을 놓아버리면 어쩌나. 
타버리는 것은 우리 강산이요 말라비틀어지는 것은 우리 마음이요 요절나는 것은 대한민국 장래가 아닐까. 
일본신문들은 요즘 한국 뉴스를 밀착취재해 연일 특집 기사로 다룬다고 한다. 매일 아침 한국 기사를 까십처럼 
읽는 저들의 얼굴을 상상하면 마음이 숯이 된다. 세상 재미 중의 재미는 남의 집 불타는 구경이라니 우리가
 일본사람 앞에서 자기 집을 태우고 있구나. 

에라, 이것도 헛된 생각이로다. 차라리 노래나 부르자.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일제 말기에 태어난 나는 칼차고 모자쓴 일본순사가 높이 말타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저기 순사온다!’하면 울던 아기들이 금방 울음을 멈출 정도로 그들은 무서웠다. 그 후에 내 눈앞에 전개되는 민족적 역사적 상황은 각 시대마다 <행렬, 행진>의 파노라마로 이어졌다.
• 8.15 해방 프라카드를 앞세운 시민들의 행진, (서울 운동장 앞)
• 6.25 서울을 점령한 인민군의 행진, (미아리 고개 밑)
• 9.28 서울 수복행진의 국군 행진, (중앙청 앞)
• 1.4 후퇴의 피난 행렬, (서울역 앞)
• 서울 귀환 행렬, (서울행 부산 기차정거장 앞)
• 4.19 학생 행렬, (경무대 앞)
• 5.16 국군 행진 (한강 다리 건너)
• …………….
더 이상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행진 행렬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끼어들어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한민족의 공통적 수난의 역사는 끝날줄 모르고 흘러간다. 남의 힘으로 독립한 값을 톡톡히 치르는가 했더니 
이제는 우리끼리 핏발선 대결이다.

희망가는 묻는다.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나는 대답한다. “조용히 살고싶다”.

그러면서도 나는 저 잡음같은 뉴스 소리를 외면할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미국 뉴스를 틀면 트럼프 대통령의 
성난 얼굴이 심사를 틀어 놓고, 다시 인터넷으로 한국 뉴스를 꺼내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도저도 심사가 불편한 나의 하루일과를 희망가로 풀어보면;

담소화락에 엄벙덤벙
뉴스듣기에 골몰하니
세상만사를 잊겠단 말, 허사중 허사라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다시 마음을 다부지게 고쳐먹는다.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히 생각할 때>가 
온 
온 것 같다. 지금이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이렇게 춘몽같이 살아갈진대, 지금 죽으나 30년 후에 죽으나 무엇이 
달라지나? <우물쭈물하며 살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버나드 쑈의 말이 생각난다. 차라리 지금 죽으면 내 몰골도 그런대로 좀 보아줄만 하고, 장례식에 친구들도 더 많이 올텐데.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말? 쑈의 비문이 오역(誤譯)이란다. 비문에는 <I knew if I staye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으로서, 뜻으로 번역히면, <아-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다가 
결국 죽는 일도 있네>라는 것이다. 죽음도 삶의 한 순서로 생각하고 편안히 받아들이는 작가의 인생관이 부럽다. 바로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지금 한국에서 태극기 들고 행진하는 이들은 대개60대 이후 노인들이고, 촛불 군중은 5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 대다수라고 들었다. 노인들이 태극기 마구 흔들어 촛불을 강제로 꺼버려 후진들의 기개를 죽이면 이 나라의 장래는 
어찌 될거나. 차라리 태극기로 촛불을 감싸 같이 한 방향으로 행진할 수는 정녕 있을 수 없는 일인가? 그러면 
<정신적 한강의 기적>이라고 세계가 다시 한 번 깜짝놀랄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태극기와 촛불을 함께 보듬어서 그 힘으로 한국호(韓國號)를 국제사회에서 확실하게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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