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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택의 사랑방 이야기
작성자 Hongtchung
작성일 2013-08-30 16:29
ㆍ추천: 0  ㆍ조회: 4701      
산에 가서 "야호-"하지 마세요
 


그 긴 여름의 끝자락이 보이는듯 합니다. 이제 입추가 지냈고 초록 잎들이
검푸른 색을 띠며 단풍을 준비합니다.

의사인 고등학교 동창생이 딸의 혼인식에 초대해 미네아폴리스에 며칠 다녀
왔습니다. 타 주에 사는 동창들도 초대받아 같이 행동하며 다시 고교시절로
돌아간듯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 한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산을 좋아해 시간만 나면 수시로 산을
타곤했습니다. 여름 방학 한 달은 아예 도봉산 폭포 바위위에 천막을 치고
거기서 지냈고요. 우리들은 아무 때나 쌀과 반찬 거리를 싸 가지고 이
친구에게 올라가 묵고 싶은 만큼 지내다가 내려왔습니다.
워낙 언변이 좋아서 여행담이 시작되면 우리는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이야기 도중 그 등산가 친구가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야, 산의 주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니?”
뚱딴지 같은 질문엔 종종 상식적인 답이 정답일 때가 많습니다.
“누구긴 누구야. 돈 주고 산 사람이 임자지.”
“그게 아냐. 임마.”
우린 어리둥절했습니다. 돈 내고 산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니....
“산의 쥔은 산짐승들이야. 사람은 그저 잠깐 왔다가는 손님일 뿐이지.”

로스앤젤스에 사는 이 친구는 지금도 한국에서 친구가 오면 그 때 그 때
사정에 따라 먼데 가까운 데, 얕은 산 혹은 높은 산을 안내한다고 합니다.
같이 등산을 하다 보면 난처한 경우가 종종 생긴답니다. 산정에 오르면
꼭 하는 의식 한가지가 있습니다.
두 손을 입에 대고 “야-호!” 소리를 칩니다.
건너 편 산에서 되돌아 오는 메아리 소리를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호연지기(浩然之氣)라고 해서 흔히 볼 수 있는 행동이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아무리 높은 산 정상을 정복해도 이런 호기를 보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도 생각해 보니 서양 사람이 “야-호!”하는 걸 본 적이
없군요. 깃발 꼽는 것은 보았어도.

이 친구에 의하면 산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에게 산의 주인은 바로 산에 사는
동물들이랍니다.
그 중 많은 동물들이 야행성이라는군요. 낮에는 동굴이나 깊은 숲 속에서
잠을 자고 밤이 되면 깨어 활동한다고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단지 주인집을 잠깐 방문하는 손님일 따름인데
이 손님이 벼란간 “야호-”하고 소리친다면….
생각해 보세요. 깊이 잠든 짐승이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또 놀란 김에
뛰어나와 무슨 행동을 할 지 아무도 모릅니다.

놀라는 건 짐승들뿐이 아니랍니다.
이 고함소리를 듣고 삼림 구호대원들이 긴급 출동을 한 예도 있었답니다.
미국에서는 산사고나 길을 잃었을 때 소리 높여 구호를 요청한다니까요.

한국에서는 산의 주인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산에 사는
짐승들을 다 잡아 죽였나 봅니다. 그리고는 산기슭 시냇가에 멍석 깔고,
스피커 달아놓고 노래소리에 맞추어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 추나 봅니다. 주인이라 생각하니 무슨 짓은 못하겠습니까.
 
                         ****************************

자연파괴는 세계 어디를 가도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땅 속, 바다 속을 파서
석유를 빼내고 땅 위를 마구 헤쳐 건물을 짓고 도로와 터널을 만듭니다.
전쟁용 최신 무기는 자연을 빠른 속도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둘러싸고있는 오존층이 매일 크게 넓어져 남북극의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죠. 대기권 저 넘어에도 쓰레기가 있다는군요. 수명다한
인공위성, 거기서 버린 각종 폐기물이 한없이 흐트러져 지구를 돌고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본 공상과학영화 ‘매트릭스’ 일편에서 스미스라는 인조 인간이
사람에 대해서 말한 것이 생각납니다.

“사람이란 동물은 다른 포유류와는 아주 다르단말야. 모든 동식물은 다
같이 어울려 사는데 너희 인간들만은 계속 파괴만 하며 증식하쟎아.
너희들은 <지구의 암 세포>야. 자연을 보호하기위해 우린 너희 인간들을
없애버리려는거야.”
대사가 정확하진 않지만 대강 이런 뜻으로 기억합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생활이 많이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신 자연은
점점 더 골병을 앓고있습니다. 거기서 생겨나는 부작용은 우리 인류에게
한 순간에 몇 배로 더 크게 보복할지도 모릅니다.
매일 대하는 음식이나 물 조차도 우리는 안심하고 먹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없던 새롭고 무서운 병들이 우리 주위에 많은 사람들을 쓰러
트리고 있습니다. 불치병환자로 태어나는 신생아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절찬 상영중인 영화 <설국열차>도 결국 이런 사태의 끝을 
미리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아무도 살 수 없는 지구를 만든 인간들의 종말은
결국 인간끼리의 투쟁으로 끝이 나겠죠.

지구는 하나님께서 기쁘게 만드신 걸작품입니다. 구약에 보면 땅은 영원히
하나님의 소유물이라고 못 박으셨고 우리는 단지 관리인으로서 땅을 경작해
그 소출품으로 살아가라고 명령하셨죠. 빌려 쓰는 물건을 자기 것인양 마구
흠집내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잠시 이 땅에 와서 살다가 가는 손님이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름아이콘 차문환
2013-09-05 16:39
야호 하지 말고 자장가 불러주고 와야겠네요. ㅎㅎㅎ
여행 하시고 오셨네요.
이 글 자리되면 신문에 넣어도 될까요?
차문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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