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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택의 사랑방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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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5011      
‘류시화’라는 사나이
‘류시화’라는 사나이
(류시화의 책,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읽고)


책상 위 커피가 식어버렸다. 글보다 먼저 떠오르는 따끈한 커피 생각이 머리 속 생각의 길을 막고 있다. 부엌에 가서 새로 커피 내려 책상에 앉으니, 이건 또 웬 일인가. ‘류시화’는 간데없고, 안도현의 詩 <너에게 묻는다> 가 떠오른다. 이건 事故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중략)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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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엉뚱한 詩가 생각난 것도 아마 事故가 아닐찌도 모른다. 류시화의 책,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 있듯이 세상에 어떤 일도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다고 하지 않았는가. 안도현 詩의 잣대로 ‘人間 류시화’를 대보고 싶어졌다.
 
나는 류시화 시인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책을 읽으며, ‘한 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내’ 라는 인상이 든다. 그의 면모는, 그리 깔끔하지도 않고, 잘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수염도 매일 깍지 않고, 머리는 손질 안해 自由型 스타일이 아닐까? 젊은 시절 그는 기독교 신자들에게서 ‘마귀야, 썩 물러가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장발의 낮선 자(Stranger)’가 여름인데도 검은색 바라리 코트를 입고 광인처럼 중얼거리며 (자신은 詩를 외운 것이라고 했다) 거리를 배회했으니 말이다. 다시 말해 그는 안도현의 詩처럼 스스로 연탄불이 되어 활활 타 올랐던 것 같다. (일 차 합격)

또 류시화는 진리 찾아 세상 끝까지 가는 性情의 사람이다. 한 때는 일본의 三行詩 ‘하이쿠’에 심취하여 일본에 건너가서 새로 일본어를 2년 공부하고 한글판 ‘하이쿠 선집 ’해설서를 발간했다. 650여 페이지의 하이쿠 중 그는 보석 하나를 뽑았다.
 
자세히 보니
냉이꽃 피어 있다
울타리 옆에 (하이쿠의 大家 바쇼의 代表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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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서는 日本 대신 印度에 갔던 이야기를 썻다. ‘연금술사’의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기위해서 언어가 다른 외국으로 떠났듯, 류시화는 詩的 보물(영혼)을 찾기 위해 수없이 인도행 비행기를 타며 말을 배웠다. 산간지역 라다크 지방에서 몇 해를 지냈다고도 했다. 진흙 벽돌로 지은 조그만 이 층 방에 세들어 살았는데, 있는 것이라고는 나무침대 하나, 간단한 책상과 걸상, 그것이 전부였다.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은산책이었다. 한두 시간을 걸은 뒤, 도랑에 흐르는 눈 녹은 물로 몸을 씻고 (*’아이구 추워라’: 이건 나의 말) 옥상에 올라가 햇볕을 쬐며 책을 읽거나 글을 썻다. 텔레비젼도 없고, 전화도 거의 사용한 일이 없었단다. 그런데도 마음과 영혼이 충만했다고 그는 술회한다. ‘단순한 생활과 음식이 나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나를 나 자신(영혼)에게 가까워지게 했다’고 썻다. 印度는 류시화에게 세상 끝이었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밀어붙여...(안도현)’(이 차 합격)

이 글을 써내려가며 내 가슴도 조금씩 (안도현의 연탄처럼) 타오르기 시작한다. 무심코 커피잔을 입에 가져간다. 또 까맣게 식었다. 가슴 의 열기로 커피를 덮힐 수는 없을까? 책 어디에도 류시화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말은 없었다. 참 안됐다. 이 쌉쌀함 속에 숨어있는 새콤달콤한 커피의 깊은 맛을 모르다니. 어떤 사람은 커피를 가리켜 ‘악마의 石油’라고 하지만, 내게는 ‘靈感의 藥水’이다.
 
내가 글 쓸 때마다 커피에 목말라 하듯, 류시화는 ‘그대’에 갈증을 느꼈다. 그의 첫 번째 시집명(名)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였다. 와! 어떻게 이토록 얄밉고 예쁜 詩句가 나올 수가 있을까? 여기서 ‘그대’는 누구일까? 앞의 ‘그대’와 뒷 구절의 ‘그대’는 동일인인가? 다른 사람일까? 물 속에, 하늘 속에 보일 듯 말 듯한 ‘그대’. 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께를 마음에 품고 사는 류시화이기에 자주 여행을 떠났나보다.
 
부럽다. 나도 어린시절부터 무언가 그리워, ‘떠남의 책’을 골라서 참 많이 읽었다. 엄마 찾아 3만리, 꾸뻬씨의 행복 여행, 크늘프 …….. 책을 읽으며 꿈은 수없이 꾸었지만 정작 나만의 ‘홀로 여행’은 감행하지 못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부터 나의 등에는 ‘예쁜(?) 모범생’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중학 이후는 옷도, 교모도 단정하게 썻다.
 
괘도이탈 없이 살아온 결과 내 가슴에는 사회가 주는 각종 훈장들이 주렁주렁 달리게 됐다. 문득 챨스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떠 오른다. 성탄절 이브, 스쿠루지의 친구 제이콥의 영혼이 찾아왔다. 몸은 온통 쇠사슬에 묶여있었다. 전생의 유업이 사후에서 그를 옥죄였던 것이다. 류시화는 지금의 나를 보고 묻는다. ‘그 훈장들이 무겁지 않아? 그게 정말 너냐?’
 
부끄럽다. 그리고 지루하다. 류시화는 名詞로 살지말고 動詞로 살라고 충고했다. 내가 규정지은 한정된 ‘나’에게서 벗어나 그때그때 역동적인 존재로 살면 어떠냐고.
 
끝으로 류시화는 또 내게 물었다. ‘죽는 것이 무서운가? ’ 죽음이 두렵다면 영혼을 생각하라고 말한다. 영혼은 영원하니까. 자신을 ‘영혼을 가진 肉體’로 보지 말고 ‘육체를 가진 靈魂임’을 자각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영혼을 돌보라고 했다. ‘돌본다는 것은 자신의 내적 삶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라고…. 하루 빨리 명상공부를 시작해야겠다.
 
커피가 또 식었다. 이젠 그래도 괜찮다. 지금 내 가슴 속에는 ‘악마의 石油’가 뜨겁게 솓구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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