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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필라델피아의 계절은 서로 엇비슷하게 오가곤 했는데 올해 필라델피아는 유독 혹독히 추웠습니다. 이곳서 겨울을 보내고 한국에 간 친구가 서울에 도착하자 바로 카카오 톡으로 메시지를 보내 왔습니다. 잘 도착했다는 사연과 함께 한국의 봄을 전합니다. 사연 끝에 김용택 시인의 미니 시(Mini Poem)를 보냈습니다. 봄 날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 잡고 섬진강 봄물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아라 섬진강 시인에게 있어서 봄은 강물이 풀리고 매화꽃 인사로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시를 읽으면 <봄처녀> 가곡이 떠오릅니다. 아직도 여기는 훈풍만이 떠돌며 봄을 기다리는데 말이죠. 선하게 생긴 김 시인이 시를 끝맺으며 싱긋이 옷는 모습이 떠 오릅니다. 시 읽는 내 얼굴에도 미소가 흘렀으니까요. 즉시 저도 머리 속에 그려지는 봄 풍경 그림을 글로 바꾸어 답장을 보냈습니다. "와! 김용택 시인 멋쟁이. 좋은 시를 받으니 어찌 대꾸가 없으리요. 어느 봄날 능수버들 봄 나루에 사공 없는 쪽배 흘러 오거든 아해야 간밤에 이태백이 남겨논 호리술병 찾아보거라 " 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정 시인도 멋쟁이," (참고) : 이태백의 죽음 중국 최고의 시성 이태백은 휘영청 달 밝은 밤, 홀로 호수에 배띄고 나가 호로병 기울여 술을 마시며 달과 흥을 돋우었다 합니다. 주흥이 도도할 때 눈을 내려 호수를 보니, 거기에는 또 하나의 달이 떠 있었습니다, 공중에 멀뚱히 떠 있는게 아니고 수면에서 일렁일렁 출렁출렁 춤을 추는 달은 손에 닿을듯 가까이 있었습니다. 너무 좋고 사랑스러워 시인은 달을 껴 안으려 호수에 뛰어들어 달과 정사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 전설이 생각나 제 시에 "빈 쪽배"와 "호로병"을 빌려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