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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례식은 내가 세상을 작별하는 마지막 모임이니 그 계흭도 내가 세우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물론 나는 그 날 문 앞에 서서 손님들을 맞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식장 높은 단 위에 놓여있는 엄숙한 관 속에 단정히 누워 있있겠지. 나를 만나고 싶으면 안으로 들어와 내 관 앞에 서기만 하면 된다. 비록 관의 뚜껑은 닫혀 있겠지만 관 앞의 큰 사진 속에서 나는 환한 웃음으로 당신을 맞이하겠다. 아, 그런데 부탁하건대, 관 뚜껑 열어달라고 요청하지는 말아 주었으면 한다. 뷰잉(viewing)하러 왔으니꼭 내 얼굴을 직접 보아야겠다고 아무리 강청을 해도 내 가족들은 절대로 관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미리 그렇게 말해 두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관 속에 누워있는 것은 내가 아니지 않은가? “뭐라고? 내가 아니라고? 시체를 바꿔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아니, 아니, 그런 뜻은 아니고, 거기 누워있는 것은………… 말하자면 평소에 당신을 보면 웃음띈 얼굴로 다가와 악수하고 안부를 묻던 그 평시의 <내(我)>가 아니라는 뜻이다. 설사 당신이 내 관 뚜껑을 열어 제치고 누워있는 나에게 ‘하-이’하고 손짓해도 나는 대꾸는 커녕 눈조차 뜨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좋으니 땅에 묻기 전에 꼭 내 실제 얼굴을 보고 싶다고 강청을 하겠다면......글쎄, 나는 지금 당신을 위해서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한다.
하는 곳이다. 덩치 크고 표정없는 남자들이 두꺼운 고무장갑을 끼면서 다가와 내 얼굴을 가까이서 자세히 얼굴 근육을 부드럽게 해야 웃는 얼굴로 만들 수가 있다. 우리가 평소 북어국을 먹으려면 우선 딱딱한 북어를 지금 여기서 납치된 사람처럼 끌려와 모르는 사람들에게 따귀를 싫컷 맞아도 괞챦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싫다. 그리고 나서 이들은 내 얼굴에 이상한 로션을 바르고 입술에 립스틱까지 칠하면서 자기들 마음대로 내 얼굴을 가면처럼 웃고 있겠지. 얼굴화장이 끝나면 다음 차례는 몸이다. 몸 근육도 그런 식으로 풀려야 옷도 입힐 수 있고 손발도 순하게 가지런히 놓여지게 된다. 이 모든 절차가 싫어서 나는 관뚜껑을 열지 않으려는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 되도록 평화로운 얼굴과 고운 몸자세로 굳어지게 해 달라고. 내 장례식 절차는 처음부터 끝까지 명랑한 분위기에서 환하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8.15 해방, 6.25전쟁, 각종 혁명등을 거치면서도 나는 하나님의 인도와 힘에 내 일생을 돌아보게 하는 DVD를 만들려면 간간히 내가 사랑하던 영화의 명 장면도 같이 넣어주면 좋겠다. 시인 천상병은 <귀천>이라는 시 속에 이 세상의 삶을 소풍에 비유했다. 나는 <졸업>에 비유하고 싶다. 포도주와 안주로 대접하고 싶다. “이 세상의 자녀들은 장가도 가고 시집도 가되, …..저 세상에서는……장가가고 시집가는 일이 없으며 … 천사와 동등이요 부활의 자녀로서 하나님의 자녀임이니라 (누가복음 20:35-36).” 천사들에게는 ‘남자 천사’와 ‘여자 천사’가 없듯이 거기서는 우리가 예수님의 신부로서 모두 같은 <성sex>으로 사는가보다. 그뿐인가 지상에서의 아들 손자 며느리 같은 항렬마저도 다 없어지고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 로서 같이 평등하게 서로 말을 트고 사는가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내는 저 부엌에서 찬송가를 흥얼거리며 우리 둘이 먹을 저녁준비를 하고 있다. “여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수저랑 놓고 상 좀 보아주세요.” 그리고 아내와의 저녁이 끝나면 이렇게 말하리라. “설거지는 내가 할께.” ------------------- 끝 ------------------------- |
한병근
2015-01-2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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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고맙습니다!!! | |
신동헌
2015-05-0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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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주셔서 고맙습니다.외람되이 제자가 한 말씀 올려 보겠습니다. 먼훗날 이생에서 졸업식과 동시 천국에 출생신고하는 날 초청장에 화려한 옷을 입고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외람되이 제자가 한 줄 올리겠습니다. 이생에서 하직하는 졸업식날 저 천국에서 출생신고 하는 날이니 떡과 포도주상에 참석하게 될 문상객은 반드시 검정옷보다 밝고 화려한 옷을 입도록 초청에 요청 하실 때까지 짧게는 백년은 해로하실 줄 믿습니다. 생각이 그 사람의 인생을 끌고 간다고 합니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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