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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내음 '미더덕' 넣어 만든 요리 레시피 4 아귀찜이나 해물탕 사이, 메인 재료 언저리에서 독특한 식감을 자랑하며 특유의 생김새를 뽐내는 미더덕. 이번 달 요리의 주인공은 바로 그 미더덕이다. 1 미더덕된장찌개 재료_미더덕, 된장, 무, 달래 만들기 1_맛국물에 된장을 푼 다음 무를 알맞게 썰어 넣고 오래 끓인다. 2_1에 미더덕을 넣고 더 끓인다. 3_마지막에 달래를 올려 한소끔 끓여 낸다. 2 미더덕비빔밥 재료_미더덕 밥, 무순, 김, 달래 양념장(간장, 설탕, 달래, 고춧가루) 만들기 1_미더덕을 깨끗이 씻어 껍질과 내장을 나누어 손질한 다음 잘게 썬다. 2_뜨거운 밥 위에 무순과 김, 달래를 올리고 그 위에 손질한 1을 얹는다. 3_양념장과 함께 즐긴다. 미더덕부침개 재료_미더덕, 밀가루, 부추, 깻잎, 홍고추·청고추 만들기 1_밀가루에 물을 넣고 개어서 소금 간을 한다. 2_미더덕은 껍질과 내장을 나누어 손질한 뒤 잘게 썬다. 3_1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썬 쪽파와 홍고추, 청고추 깻잎, 2의 미더덕을 넣고 고루 섞어 부친다. 미더덕찜 재료_미더덕, 콩나물, 들깨가루, 미나리, 양념(고춧가루, 소금, 일본 간장, 설탕, 참기름, 후춧가루, 파, 마늘) 만들기 1_냄비에 콩나물, 미더덕, 콩나물 순으로 담은 다음 양념장을 끼얹어 한소끔 끓인다. 2_들깨가루에 물을 넣고 묽게 섞은 뒤 1에 붓는다. 3_2에 미나리를 가득 올려 살짝 찐다. 찬란한 날들이다. 입에 넣기만 하면 몸을 깨어나게 할 것 같은 햇볕 가득 머금은 푸성귀들, 제철에 맞추어 여기저기서 열리는 축제들. 사실 계절과 상관없이 사시사철 내가 원하는 식재료를 구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이 제철인 고사리 순, 산초잎, 죽순, 논가에 흐드러진 이름도 어여뿐 자운영, 조려서 상추쌈에 올려 먹으면 그만인 생멸치, 지극히 남도스러운 미더덕 등은 나의 등을 떠밀고 맘을 재촉한다. 최근 지방 출장이 잦았다. 여러 도시를 오가며 볼일을 끝내놓고 나면 재래시장을 찾는 것이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며칠 전 제주도에 내려가 지인과 함께 있을 때였다. 옷을 좋아하기에 쇼핑이 취미인 그가 우스갯소리로 “집에 라벨도 안 뗀 옷이 너무 많다”는 말을 하길래 “그런 쇼핑을 왜 하느냐”며 뭐라 한마디 했다. 그러고 나서 함께 장을 보러 나갔는데 그가 하는 한마디, “정화씨는 식재료를 쇼핑하는가 봐요!” 그의 눈으로 보기에는 백화점에서 이 옷, 저 옷 구입하는 자신이나 재래시장에서 싱싱한 식재료를 마치 금은보화 대하듯 입을 떡 벌리고 신이 나서 구입하는 내가 비슷해 보였던 모양이다. 사실 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재래시장에서 한 아름 식재료를 구입한 뒤 돌아와 주방 냉장고를 열면 똑같은 식재료가 이미 냉장고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적도 많으니. 하지만 각 도시의 재래시장을 돌다 보면 의외의 수확을 얻게 된다. 제주도 할머니들이 노상에서 제주산 애플망고를 팔았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그렇다. 수입 망고는 현지에서 구입한 것만큼 맛이 없었다. 하지만 이 제주산 애플망고는 구입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썩고 겉면이 쭈글쭈글해졌다. 흉하게 변한 애플망고의 모습이 오히려 반가웠던 것은 아마도 농약을 수입산 망고만큼 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내 눈으로 확인한 듯해서 일거다. 며칠을 두어도 쨍쨍한, 번지르르한 겉모습을 하고 있는 수입산 망고는 어쩐지 뻔뻔스러워 보인다. 며칠 전에는 전북 정읍을 갔다가 현지 재래시장에 들러 미더덕을 찾았는데 온통 돌미더덕뿐이었다. 미더덕에는 참미더덕과 돌미더덕이 있는데, 돌미더덕이란 겉은 회색깔에 씹었을 때 안에서 노란 물이 나오지 않는, 말하자면 미더덕의 모양을 한 가짜 미더덕인 셈이다. 싱싱하고 노란 참미더덕은 재래시장을 온통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럴 땐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미더덕을 보내주십사 부탁한다. 나의 시댁은 이맘때 미더덕 축제가 한창인 경남 창원 진동이다. 미더덕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미더덕은 어쩐지 멍게의 축소판 같다. 맛도 식감도 멍게를 함축해놓은, 그러니까 멍게보다 깊이 있는 맛과 모양이랄까. 사실 통영에 가면 빼놓을 수 없는 맛집 중 하나가 멍게비빔밥집인데 나는 늘 그 비빔밥의 주인공이 멍게인 것이 아쉬웠다. 멍게보다 더 깊은 맛의 미더덕을 껍질과 내장을 손질해 무순이나 돌나물, 깻잎과 함께 달래 양념장에 먹으면 흔하게 먹을 수 없는 별미를 느낄 수 있다. 또 콩나물과 들깨, 미더덕만 있으면 일품요리로 거뜬한 미더덕찜이 완성된다. 식구 중 나의 지극정성에도 불구하고 외식과 불량식품을 좋아하는 둘째 아이가 유독 미더덕된장찌개만은 좋아해 미더덕만 보면 “우리 혜인이 된장찌개 해줘야지” 싶어 더 욕심을 내서 구입하곤 한다. 산지 가격이 1kg에 5000원이고 시장이나 마트에서 몇 천원어치만 사도 봄 싣고 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식탁이 되니 어찌 이 봄에 가난한 밥상 위에서도 위풍당당할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니랴! 이정화씨는… 탁월한 감각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다. 식재료 하나도 까다롭게 선택하고 양념을 치댄 음식엔 손도 대지 않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조리법을 즐긴다. 타고난 미적 감각은 식탁에서도 발휘된다. 요리를 전문으로 하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건강하고 맛있게, 세련되게 한 상 차려 먹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그녀에게서 식당에서는 살 수 없는 맛의 비법을 전수받는다. |